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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장-현충원 예우 과하지 않나 우우논쟁

Posted October. 14, 201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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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 1등급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고 그의 시신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한 것을 두고 보수진영 일각에서도 우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황 전 비서에 대한 예우 수위를 놓고 보수 진영의 내부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12일 주재한 당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일부 참석자는 황 전 비서에 대한 정부의 훈장 추서는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 당직자가 13일 전했다. 비운의 망명가인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를 애국자로 추앙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 당직자는 황 전 비서가 북한 내부의 권력싸움에서 밀려 망명한 데다 그의 비판은 김정일 독재에 대한 것이었지 독재 정권의 이데올로기로 활용된 주체사상에 대한 비판이나 자기반성은 없었다는 점도 거론됐다고 말했다.

또 이 당직자는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의 독재를 공고히하는 데 일정부분 역할을 한 황 전 비서를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면 참전용사나 국가유공자 유가족들의 반발을 사 보수진영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수성향의 대북전문가도 보수진영이 북한 정권을 비판하기 위해 황 전 비서의 죽음을 활용하고 있는 듯 보인다며 보수진영 내에서도 정부의 대응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을 하는 이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은 한나라당의 공식 대응 기조와는 기류를 달리 한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목숨을 걸고 남쪽으로 망명해 북한 주민의 인권과 자유를 위해 온몸을 바치신 황장엽 선생은 훈장 수여는 물론이고 현충원에 묻힐 자격이 충분하다고 공식적으로 논평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부에서도 비판에 가세하는 움직임이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황 전 비서가) 국민 복지 향상과 국가 발전에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무궁화장을 받을 공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황 전 비서는) 주체사상의 이론적 기초를 닦았고 오늘날 북한 현실에 대해 책임이 있다. 현충원에 안장된다면 대한민국 정체성에 혼란을 제기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황 전 비서의 현충원 안장에 대한 찬반 여론은 팽팽히 맞서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12일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7%) 황 전 비서의 현충원 안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40.6%, 반대한다는 의견은 36.3%였다. 한나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 의견이 57%로 절반이 넘었으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반대 의견이 37.3%로 찬성 의견(31.7%)보다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지지 정당이 없다고 밝힌 국민 가운데는 반대(49.6%)가 찬성(27.2%)보다 훨씬 높았다.

정부도 이런 비판 여론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13일 황 전 비서의 빈소를 찾은 김황식 국무총리는 훈장 추서와 현충원 안장에 대한 반대 여론이 있음을 알지만 정부에서 여러 여론을 수렴해 신중하게 결정했다며 (황 전 비서는) 탈북자들의 어버이로서 탈북자들을 잘 품에 안고 지도해주신 우리 시대의 귀중한 분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류원식 egija@donga.com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