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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세살마을

Posted June. 29, 20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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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려면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대통령 부인 시절이던 1996년에 낸 책이다. 자녀교육과 가족의 중요성을 설파한 일견 평범한 내용이지만 당시 미국에선 이정표적인 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결혼 육아 같은 전통적 규범을 거부하는 리버럴 엘리트(우리로 치면 강남 좌파에 해당하는 의미)가 전통을 재발견했다는 점에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아이들이 잘 자라기 위해선 전통적 이상에 따라 살아가는 가족이 모든 사회에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클린턴은 강조했다.

책 제목은 아프리카의 속담에서 따왔다. 우리도 그런 시절을 지냈지만, 젊은 엄마가 아이를 낳아 키우다보면 옆집 아주머니나 뒷집 할머니, 동네 아저씨이자 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마을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한 순간이 꼭 있다.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 시민사회, 그리고 나라 전체가 자녀교육의 책임을 같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나온 것이 아이를 키우는 마을이다.

우리에겐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또 다른 속담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문화평론가 이어령 씨는 이 속담에는 세 살 유아에 축적된 인식의 능력과 경험에 대한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 있다. 영유아 교육에 대한 조상들의 깊은 통찰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천의과대 뇌과학연구소는 최근 생후 39개월 된 아이의 뇌를 촬영한 결과 형태적 완성도나 뇌 안의 신경전달망이 성인 수준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세 살 버릇과 아이를 키우는 마을이 만나 어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살마을 발대식을 가졌다. 영유아 보육을 사회 전체가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서울시와 가천길재단이 마련한 운동이다.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은 육아부담을 조부모는 물론 사회 즉 마을이 함께 진다면 세계 최저의 출산율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뇌과학연구소는 뇌 과학 육아 콘텐츠를 세살마을의 예비부모교실, 탄생축하사업, 조부모교실, 보육 전문가교실을 통해 보급할 계획이다. 세살마을이 첨단테크놀로지의 뇌 과학에 공동체의 영유아 양육이라는 아날로그 정서를 잘만 결합하면 디지로그 교육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