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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선거의 진화

Posted June. 04, 201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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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만 여명의 젊은 트위터 팬을 가진 한 소설가는 그제 투표 완료라는 글과 인증샷(투표소 앞에서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올렸다. 어느 화백은 투표자 선착순 1000명에게 판화 작품을 주겠다고 댓글을 달았다. 한 배우는 연극표 100장을, 유명 바둑기사는 100명에게 함께 사진을 찍고 기념 사인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인증샷 방법으로는 투표용 도장을 손등에 찍은 사진이 많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탄생에 기여한 휴대전화 문자에 이어 트위터 스마트폰이 새 도구로 등장한 것이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경기지사 후보는 결국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게 졌지만 선거 일주일 전 여론조사에서의 15% 차이를 5%까지 따라붙었다. 문자메시지와 트위터의 덕을 본 것 같다. 유 후보 자신도 선거 당일 오후 3시 출구조사 기준 2% 안으로 따라잡고 있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선거 전날에는 내일 부모와 할아버지 할머니를 모시고 놀러가자는 젊은 트위터도 있었다. 자기 표는 아깝지만 한나라당에게 갈 몇 표를 줄이기 위해 디지털 전사()로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의 트위터 사용자는 현재 약 60만 명이다. 대부분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이어서 300만600만 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선거운동 시대의 본격 도래로 망신을 당한 쪽은 여론조사기관이다. 휴대전화의 전면 보급 때문에 종전처럼 집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는 민심을 정확히 읽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연세대 김주환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모바일미디어와 음성인식기술 등을 활용한 새 조사기법을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미래 시대에는 투표소에 가지 않고 디지털 기기로 투표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개인 컴퓨터나 휴대전화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다면 어디서든 투표가 가능해 막대한 선거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미 디지털 투표를 하고 있는 국회는 의원이 보턴을 누르면 전광판에 순식간에 결과가 나타난다. 세종시, 4대강 살리기 같은 문제도 디지털 국민투표로 간단히 매듭지을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선거가 진화를 할수록 젊은층의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이 분명하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