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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 탐사위성 준비 초긴장 10년이내 유인우주선 쏜다

금성 탐사위성 준비 초긴장 10년이내 유인우주선 쏜다

Posted April. 12, 20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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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남단 가고시마() 현의 다네가시마(). 도쿄에서 1000km 떨어진 이 섬의 남쪽 해변에 자리 잡은 웅대한 로켓 발사대에는 일본 우주과학 기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본의 우주 전진기지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가 자리한 곳이기 때문이다.

8일 방문한 우주센터는 금성 탐사위성 아카쓰키(PLANET-C)를 쏘아 올릴 로켓을 맞을 준비로 잔뜩 긴장된 모습이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만든 로켓은 10일 우주센터에 도착해 위성을 탑재한 뒤 조만간 아카쓰키를 싣고 우주로 향하게 된다. 내년 3월까지 발사가 예정된 인공위성은 아카쓰키를 포함해 모두 3기.

우주센터 면적은 9km 정도로 미국 케네디우주센터(404km)보다는 작지만 한국 나로우주센터(4.95km)보다는 2배 가까이 넓다.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는 대형 로켓발사대 2곳과 로켓 조립공장, 관제센터, 각종 실험동 등이 들어서 있다. 일본 우주개발진흥기구(JAXA) 직원 60여 명과 로켓 제작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 등 민간기업 직원을 포함해 400여 명이 상주하고 있다.

일본 우주개발의 메카

일본은 1954년 로켓발사 실험을 처음 시작했지만,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처음 로켓을 발사한 1968년이 일본 우주산업의 원년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곳에서 발사한 인공위성은 모두 47기로 이 가운데 성공한 것은 44차례. 인공위성을 싣지 않은 실험용 로켓까지 포함하면 100회 이상 발사 기록을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나로우주센터에서 100kg급 과학기술위성 발사에 실패한 우리로선 부러움과 동시에 극복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우주기술 자립을 향한 일본의 집념은 무서울 정도였다. 로켓 제작에 들어가는 볼트 하나까지 국산 기술로 만들기 위해 당시 제작비용의 2배인 190억 엔을 들여 액체연료추진 우주발사체인 소형 H-2 로켓 개발에 성공했다. 일단 100% 국산화에 성공한 후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수입 부품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2001년엔 90억 엔을 들여 대형 액체추진 우주발사체 H-2A 로켓을 개발한 뒤 우주로 쏘아 올렸다. 2007년엔 일본 최초의 달 탐사위성 가구야가 H-2A 로켓 13호에 실려 발사되면서 다네가시마는 명실 공히 일본 우주개발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다음 목표는 로켓을 우주공간으로 발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우주선을 대기권 안으로 귀환시키는 유인우주선 발사다. 최근엔 우주비행사가 타고 있는 부분을 로켓에서 분리한 뒤 나머지를 파괴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로켓엔진 전문가인 사카즈메 노리오() 우주센터 소장은 의지만 있으면 10년 이내에 유인우주선을 쏘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패를 두려워 말라

일본이 미국 기술로 만든 1단 로켓에 일본산 2단 로켓을 얹은 N-1로켓 1호기를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린 게 1975년 9월이었으니, 우리가 올 6월 나로호 재발사에 성공하면 단순 계산으로 35년 기술격차가 있는 셈이다.

지난해 나로호 발사 실패와 관련해 사카즈메 소장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1700회 로켓 발사에 성공한 러시아도 소유즈를 쏘아 올린 첫 해에는 17회 중 7회밖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로켓발사 초창기에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도 우주 선진국이 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되풀이했다. 1960년대 후반 연속 4차례나 로켓발사에 실패한 끝에 1975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본격적으로 N-1 로켓을 발사할 수 있었다. 우주 도킹 기술을 비롯해 일본이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자부하는 우주개발 분야도 한결같이 수차례 실패를 거친 결과라는 게 나카즈메 소장의 회고담.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쳐 우주 선진국으로 올라선 일본은 이제 눈을 해외로 돌려 로켓발사 상업화에 힘을 쏟고 있다. 그 첫 작품이 한국의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3호로, 외국 인공위성으로는 처음으로 내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우주과학 전문가로 이날 취재에 동행한 한양대 김경민 교수는 일본은 H-2A 로켓을 이용해 최대 18톤의 물체를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는 기술을 보유한 세계 최고수준의 우주 선진국이라며 지난해 100kg급 인공위성 발사에 실패한 한국으로선 민관이 합심해 우주개발에 나선 일본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종구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