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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무인종 국가

Posted March. 12, 201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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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스캔들로 세상을 시끄럽게 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왜 백인여성만 사귀었는지를 두고 여러 가지 관점이 있지만 피부색에 따른 열등감 때문이라는 해석도 그럴듯하다. 백인동네에서 유일한 흑인계로 차별을 받으며 자랐던 우즈는 결코 자신의 흑인 혈통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캐블리네시안(Cablinasian)이라고 불렀다. 캐블리네시안은 백인(Caucasian) 흑인(Black) 아메리칸인디언(American Indian) 아시안(Asian)의 합성어다. 우즈에게는 네 인종의 DNA가 다 섞여 있다.

영화 분노의 질주 트리플엑스에 출연한 빈 디젤은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액션배우다. 아일랜드 이탈리아 독일 도미니카공화국 멕시코 혈통이 섞여 있는 묘한 외모가 매력적이다. 다()인종 국가 미국에서 이처럼 혈통을 알 수 없는 혼혈이 증가하면서 인종 경계가 흐려지고 구분 자체의 의미가 없는 무()인종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신생아 가운데 소수인종 비율이 1990년 37%에서 2008년 48%로 늘었다. 이대로 가면 2050년이면 소수인종이 백인을 넘어선다.

미국에선 오랜 관행으로 피 한 방울 원칙(one drop rule)이 적용된다. 선조 중에 흑인의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이면 흑인으로 분류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 원칙에 따라 백인 어머니가 키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다른 인종 간 결혼이 급증하면서 센서스 조사항목이 달라졌다. 2000년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만든 인종 조합의 수는 기타를 빼고도 63개나 된다.

소수인종들이 다수가 되는 변화를 보며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들이 착잡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론 미국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고 본다. 멜팅 폿(melting pot)이란 말에서 보듯 다양성이야말로 미국을 떠받치는 힘이다. 결혼이주 여성, 새터민, 외국인근로자 유입으로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변모해가는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던진다. 단일민족이라는 말은 이제 국가의 자부심이 될 수 없다. 늘어나는 혼혈을 어떻게 발전동력으로 바꿔낼지 미국 경험에서 배울 필요가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