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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재난() 리더십

Posted March. 04, 20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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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8월 태풍 모라꼿이 대만을 강타해 670명이 숨졌다. 대재앙에 넋을 잃었던 대만 국민은 며칠 뒤 정부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 태풍 예보 실패, 구조작업 외면, 군 동원 지연 등 피해를 키운 정부의 잘못이 속속 드러났다. 마잉주 총통이 태풍 발생 1주일 뒤 더 잘, 더 빨리 대응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스럽다며 머리를 숙였지만 국민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의 지지도는 40%에서 23%로 추락했다. 마 총통은 류차오쉬안 행정원장(국무총리) 사퇴 카드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아이티에 이어 칠레가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프랑스도 지난달 28일 폭풍우 신시아로 51명의 국민을 잃었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지진과 태풍 같은 재앙 앞에 인간은 무력하다. 그래도 평소에 재해 대책을 세심하게 마련하고 재난이 닥쳤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칠레의 지진은 아이티 지진보다 1000배 가량 강했지만 사망자는 1000분의 1 수준이었다. 지진에 대비한 인프라가 잘 갖춰진 까닭도 있지만 참화 속에서 정부와 지도자의 재난() 리더십이 위력을 발휘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지난 달 27일 지진 발생 1시간 만에 TV 앞에 섰다. 지진 발생 사실과 정부의 대응을 설명한 뒤 곧바로 헬기에 몸을 실었다. 피해 현장 6곳을 잇달아 방문해 국민을 안심시켰다. 지진 피해가 심각한 마울레와 콘셉시온에서 약탈사태가 발생하자 즉각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했다. 세계 언론은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바첼레트를 강진 발생 뒤 며칠동안 행방을 감췄던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과 비교하며 높은 점수를 주었다.

바첼레트는 10일 4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다. 국민통합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지금도 그의 지지도는 80%가 넘는다. 연임 금지가 없었다면 칠레 국민은 그를 다시 지도자로 선택했을 것이다. 지진 피해자들이 바첼레트가 있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는 말을 할만하다. 캐서린 브레이그 유엔 사무차장도 칠레가 운전석에 똑바로 앉아서 구호활동을 주도하고 있다며 바첼레트의 리더십을 평가했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