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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훈련 못하는 군대

Posted February. 23, 201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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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TC로 약칭되는 강원도 홍천의 육군 과학화훈련장에는 북한군과 유사한 복장을 하고 있는 11대대가 있다. 다른 대대들은 8년에 한 번꼴로 이곳에 들어가 서바이벌 게임보다 훨씬 더 정교한 장비로 11대대와 실전 같은 전투훈련을 한다. 이 훈련에서 11대대의 총포류에 맞게 되면 시신을 담는 영현()백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 전사자() 취급을 당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병사들을 강인하게 만든다.

경기도 포천의 승진훈련장에서는 기동전 훈련을 한다. 대대들은 4. 5년에 한 번꼴로 들어가 포탄이 작렬하는 가운데 전차와 장갑차를 앞세운 돌격 연습을 한다. 육군 병사들의 복무기간은 22개월이고 대대장 보임기간은 2년이다. KCTC 훈련은 대대가 네 번 물갈이를 해야, 승진훈련장 방문은 2번 이상 물갈이해야 한 번 경험할 수 있다. 부대장들이 훈련 부족을 느낄 만 하다. 두 훈련장 앞 도로는 훈련을 받기 위해 장비를 끌고 온 병사들로 북적인다. 인근 지역 주민들은 훈련장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다.

공군 수원기지는 수도권 영공을 방어하는 최전방 기지다. 대구기지는 최강의 전폭기인 F-15k를 발진시키는 전략기지다. 그런데 두 기지는 대도시에 있어 소음 공해가 심하다는 민원이 많이 제기된다. 가장 중요한 훈련인 야간 이착륙과 저공비행 연습은 인근 주민들의 소음 민원이 커질까봐 거의 못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군은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기에 앞서 국내 민원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셈이다. 그래서 여객기처럼 얌전히 뜨고 내리는 훈련만 반복한다. 부단한 실전형 훈련 없이는 강군()을 만들지 못하건만.

경제발전을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일 중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빼놓을 수 없다. 그래서 전기와 통신망을 구축하고 철도와 도로를 개설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국가안보체제에 구멍이 뚫리면 국민의 배는 불러도 등은 시리다. 군대가 나라를 튼튼히 지켜주지 못하면 투자도 늘기 어렵다. 지속적인 안보 유지를 위해서는 군이 충분한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도 군의 훈련에 대해 불평만 하면서 우리가 발 뻗고 자게 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이 정 훈 논설위원 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