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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바마의 단임론

Posted January. 28, 201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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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헌법 개정의 역사는 대통령 임기 및 연임() 규정의 개정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이승만 대통령은 1954년 3선을 가능케 하는 개헌안을 내놓아 국회의 표결에 부쳤으나 의결정족수에서 한 표가 모자라 부결됐다. 일단 부결됐던 개헌안은 이른바 사사오입()이라는 수학적 계산법을 동원해 통과된 것으로 번복 선포됐다. 2공화국의 내각책임제를 거쳐 3공화국에서 대통령 책임제가 부활돼 미국식으로 임기 4년 중임으로 바뀌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임기 4년의 대통령을 두 차례 하고 3선 개헌을 했다가 유신헌법을 만들어 임기 6년에 연임제한을 없앴다. 그래서 대만식 총통제라는 말이 나왔다. 그 뒤 5공화국에서는 7년 단임으로 바뀌었다. 현행 5년 단임제는 1987년 민주화의 산물이다. 당시 여야는 개헌 논의를 하면서 4년 연임제가 장기 집권으로 변질됐던 점을 감안해 단임제로 하되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야당인 통일민주당을 이끌던 김영삼 김대중 씨는 4년 연임제가 좋긴 하지만 누가 당선되든 임기가 8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 정치권에선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는 주장이 솔솔 나오고 있다.

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평범하게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보다는 정말 훌륭한 단임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말과 뜻이 다른 단순한 정치성 발언으로 보는가 하면, 정치적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이 구상하는 개혁을 밀어붙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4년 임기의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 곧 훌륭한 대통령으로 인식되는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단임론을 피력했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다. 43명의 역대 미국 대통령 가운데 연임에 성공한 사람은 18명뿐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단임제가 소신껏 일하기엔 더 좋은 것 같다고 단임제 예찬론을 편 적이 있다. 단임제와 연임제는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 단임제에선 대통령이 역사의 평가만 의식하며 소신껏 일할 수 있지만 정치권과의 관계에 소홀하기 쉽다. 반면 연임제에선 재선을 노리고 지나치게 인기를 의식하다 보면 소신 있는 국정 운영보다는 포퓰리즘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높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