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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스펙쌓자 미명문대출신 영어강사 러시

한국서 스펙쌓자 미명문대출신 영어강사 러시

Posted January. 21, 201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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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말 워싱턴총영사관에서 한국비자 발급 업무를 맡고 있는 C 영사는 한 미국 대학 졸업생을 인터뷰하면서 깜짝 놀랐다. 경기 용인시에서 영어강사를 하겠다며 1년 한국비자를 신청한 한 여성은 지난해 6월 하버드대를 갓 졸업한 엘리자베스 씨(23). 하버드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그가 첫 직장으로 선택한 곳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영어강사였다. 그는 학부에서 이수한 교과목을 대부분 A를 받은 재원이었다. 영사관 측은 지난해부터 한국으로 영어강사를 하겠다고 비자를 받으러 오는 대학 졸업생들의 수준이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 명문대생 한국 영어강사 지원 잇따라

미 뉴욕대(NYU) 정치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제임스 씨(24)는 지난해 2월 부산의 한 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기 위해 한국으로 떠났다.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부전공으로 철학을 공부했고, 졸업 때는 최우등생에게 주는 매그나 쿰 라우데 상을 받았다.

동부 명문대인 펜실베니이나대에선 지난해 9월 3명이 한국 영어강사로 취업하기 위해 미국을 떠났다. 이들의 전공은 경제학 인문학 고전문학 등 다양했다. 20대 초중반인 이들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으로 떠난 경우. 국제관계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한 존스홉킨스대의 애너 씨(24)는 용인시의 한 사설학원에서 영어강사를 하기 위해 지난해 여름 인터뷰를 끝내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노스캐롤라이나대(채플힐)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메가 씨(24)는 서울 강동구 명일동의 한 사설학원 강사로 취업하기 위해 지난해 9월 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미 명문대 출신 학생들의 한국 영어강사 진출이 최근 잇따르고 있다. 불과 2, 3년 전만 하더라도 볼 수 없던 새로운 현상이다. 워싱턴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영어강사 취업을 위해 한국비자를 신청한 사람은 380명으로 이 가운데 68명이 미국의 100대 대학 안에 포함되는 명문대생 출신이었다. 예전에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하버드대와 뉴욕대 듀크대 텍사스대 출신들도 포함돼 있다.

한국을 경험하겠다는 미국의 신세대들

과거엔 영어강사로 일하겠다고 비자를 신청한 사람의 상당수가 미국의 커뮤니티칼리지 출신들이 많았다. 워싱턴총영사관 측은 2008년 초까지만 해도 한국에선 이름도 들어볼 수 없던 2년제 커뮤니티칼리지 출신들이 영어강사 자리를 원하는 주류였다고 밝혔다. 명문대 출신들이 한국으로 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별로 없었던 데다 한 달에 200만 원으로 정해져 있는 월급도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매주 화요일 한국비자 인터뷰를 하는 워싱턴총영사관은 인터뷰를 신청하는 4, 5명 중 한 명은 명문대 출신이라고 전했다. 명문대 출신들이 잇따라 한국 영어강사로 취업하는 것은 미국의 취업난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높은 실업률 때문에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 기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최영해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