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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차이완의 파워

Posted January. 04, 2010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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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 말 중국은 46개 기업으로 구성된 구매사절단을 대만에 파견했다. 이들은 22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2조8000억 원)어치의 구매 계약을 맺었다. 중국은 대만에 구매사절단을 잇달아 보내 작년 하반기에만 100억 달러 이상의 상품을 사줬다.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국인 중국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곤경에 처한 대만에 주는 선물이었다. 친중() 성향인 국민당 마잉주() 정부는 중국 자본의 직접 투자를 허용하는 획기적 조치로 화답했다. 중국과 대만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대만이 더 적극적이다. 대만 국민의 마음을 파고든 중국의 전략이 주효한 것 같다.

대만의 마잉주 정부 등장 이후 가까워진 중국과 대만 관계가 경제위기 이후 한층 더 발전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과 대만이 FTA 협상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작년 말 보도했다. 성공하면 차이나(중국)와 타이완(대만)을 합친 차이완 경제권이 탄생한다. 중국-아세안 FTA도 올해 1월 1일 발효됐다. 중국과 홍콩 마카오에 이어 아세안과 대만을 합치는 20억 인구의 거대 경제권이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중국과 대만이 서로 관세를 내리면 중국 시장에서 대만과 겨루는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생산능력이 뛰어난 중국과 첨단기술을 가진 대만은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로이터통신이 동북아 첨단기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평할 정도다. 우리 기업들이 강했던 액정표시장치(LCD)패널 시장에서는 차이완 효과가 벌써 나타났다. 재작년 초 46%대였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작년 하반기 30%대로 떨어진 반면 대만과 중국산의 비중은 60%에 육박했다.

세계적 기술 수준을 가졌으나 덩치에서 밀렸던 대만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투자를 늘리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만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제한 조치를 풀고, 중국은 첨단기술을 먼저 주는 기업을 우대할 계획이다. 반도체 같은 첨단 분야에서도 차이완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중소기업 분야에는 강하지만 대기업 쪽은 약한 대만이 덩치 큰 세계의 공장 중국과 결합해 한국에 직격탄을 날릴 수도 있어 대응전략이 절실하다.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