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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타버린 코리안 드림

Posted December. 28, 2009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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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을 안고 입국해 쪽방 같은 여관방에서 살며 막노동을 하던 외국인 근로자가 화재로 생을 마감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7일 오전 3시 50분경 충남 서산시 읍내동 S여관에서 불이 나 투숙 중이던 네팔인 근로자 구릉 바하드 씨(35)가 숨졌다. 이날 불로 공모(51식당종업원), 임모 씨(57근로자)도 같이 사망하고, 중국동포 근로자 김모 씨(57) 등 7명이 중화상을 입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여관 2, 3층으로 불이 번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불은 건물 1층 식당을 제외한 2, 3층 객실 12개를 모두 태운 뒤 5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출동 즉시 김 씨 등 7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바하드 씨 등은 각각 2, 3층 복도와 객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불이 난 여관 건물은 2층과 3층에는 쪽방 같은 객실이 빼곡히 배치돼 있어 외국인 근로자 등이 주로 싼값에 장기투숙해 왔던 곳으로 알려졌다. 숨진 바하드 씨는 2000년 10월에 네팔에서 입국해 올해 8월부터 월 20만 원에 이 여관 201호에 투숙했다. 그는 인근 노동인력사무소 등을 통해 막노동을 하며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5년 4월 체류기간이 끝나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입국 당시 품었던 코리안 드림을 이루지도 못한 채 값싼 여관방에서 노동으로 지친 몸을 쉬려다 이역만리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만 것.

이 여관 305호에 장기투숙 중이던 중국동포 근로자 김 씨도 올 9월부터 이 여관에 투숙해오며 용역업체를 통해 서산 태안지역에서 막노동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불이 난 건물이 1970년에 지어진 낡은 건물로 연기가 매우 심했다면서 사망자와 부상자 대부분이 연기에 질식된 것 같다고 전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날 기온이 크게 내려간 점 등으로 미뤄 투숙객이 난방용 기기를 사용하다 과열됐거나 누전 등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화재가 난 건물은 7월 소방당국의 안전점검이 실시됐으나 별다른 지적사항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기진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