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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앨범같은 노동신문, 왜?

Posted December. 18, 20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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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북한의 화폐개혁 단행 직전인 10, 11월 두 달 동안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진(이른바 1호 사진)이 유례없이 많이 게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루 지면에 김 위원장의 얼굴이 무려 20여 군데나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폐개혁 다음 날인 이달 1일부터 김 위원장의 얼굴은 노동신문에서 1주일 동안 사라졌다.

평균 6개면인 노동신문에 김 위원장 사진이 2, 3컷 등장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사진이 실린 경우는 없었다. 10월에 김 위원장 사진이 노동신문에 4번 이상 등장한 날은 9일(5번), 21일(13번), 23일(4번), 24일(4번), 25일(5번), 31일(5번) 등 6일이었다. 11월에는 1일(10번), 2일(4번), 7일(12번), 8일(9번), 21일(12번), 24일(23번), 25일(19번), 27일(11번), 29일(13번), 30일(28번) 등 10일이었다.

특히 화폐개혁 단행일인 11월 30일자 신문에는 김 위원장이 대동강 과수종합농장을 현지지도하면서 찍은 사진이 모두 59장 실렸고, 이 중 28장에 김 위원장의 얼굴이 보인다. 노동신문은 이 사진들을 싣기 위해 발행 지면을 10개면으로 늘리고 기사가 전혀 없는 전면 화보 형식을 취했다. 이달 단행될 화폐개혁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북한 체제의 굳건함을 주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선전술로 풀이된다.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 사진을 여러 장 실은 사례는 드물게 있었다. 김 위원장이 비공식 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뒤 방문 기록사진 여러 장을 싣는 경우 등이었다. 2001년 2월 17일자에는 1, 2, 3면에 걸쳐 김 위원장의 평안북도 공업부문 현지지도 사진 9장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날은 김 위원장의 생일 다음 날이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20여 장을 한꺼번에 실은 경우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10월부터 김 위원장이 집중적으로 사진을 찍은 곳은 경제 현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협동농장, 공장, 건설현장 등을 돌며 현지지도를 했고 여기서 찍은 사진들을 노동신문이 내보냈다. 이를 통해 북한식 사회주의 경제의 성과들을 증명하려는 의도인 셈이다.

또 10월 24일과 11월 24, 25, 28일자에는 김 위원장이 방문한 곳에 걸려 있는 김일성 주석의 액자 사진을 별도로 싣기도 했다. 북한 주민의 마음속에 여전히 자리 잡고 있는 김 주석의 사진을 보여줌으로써 앞으로 단행할 경제정책의 급격한 변화에 동요하지 말라는 대민 메시지인 셈이다.

북한의 의도는 현장 사진 곳곳에 등장하는 각종 구호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1월 12일자 2면에 실린 사진 속의 구호판 우리나라 사회주의 만세와 장군님 따라 천만리가 각각 다른 거리에 있지만 포커스 상태가 똑같아 포토샵 기능을 활용한 합성일 공산이 크다. 11월 15일자 1면의 선군정치의 위대한 승리 만세와 11월 17일자 3면의 폭풍 쳐 달리자 희천속도로 구호판도 비슷한 위치의 다른 사물과 선명도가 달라 합성일 확률이 높다.



변영욱 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