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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폭력으로 소수결하겠다면 총선이 왜 필요한가

[사설] 폭력으로 소수결하겠다면 총선이 왜 필요한가

Posted December. 18, 2009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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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참여 거부로 한나라당이 국회 예산결산위 계수조정소위를 단독 구성하려하자 민주당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어제 예결위 회의장을 점거했다. 1년 전 오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외교통상위 상정을 저지하려고 해머와 전기톱까지 동원해 희대의 국회폭력을 연출한 것을 기념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우리 국회는 지난 1년간 폭력과 점거로 얼룩져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그런데도 반성도 변화도 없으니 참으로 못 말릴 국회다. 야당의 예결위 회의장 점거는 1993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이다.

계수조정소위는 각 상임위가 심사한 예산안을 넘겨받아 깎을 것은 깎고, 늘릴 것은 늘리는 등 조정과 절충을 하는 곳이다. 이런 작업을 하는 데만 짧아도 열흘은 걸린다. 제대로 심사해 예결위 전체회의를 거쳐 연말까지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확정하려면 지금도 한참 늦었다. 해를 넘기면 내년 예산 집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러면 결국 국민이 피해를 본다. 민주당이 예산 심의 거부의 명분으로 삼고 있는 4대강사업 예산은 총예산 291조 원 가운데 2%도 안 된다. 4대강사업 반대 투쟁을 위해 예산심의 전체를 방해하는 것은 반()국민적 횡포다. 4대강사업이 잘되면 민주당에 손해라는 정략 때문이라면 공당()의 자격이 없다.

야당이 계수조정소위에 참여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이다. 4대강 예산의 조정이 필요하다면 소위에서 논의하면 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할말이 있으면 계수조정소위를 진행하면서 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회동이 이뤄지면 그 때 해도 된다. 민주당이 겉으론 협상 용의가 있다고 내비치면서 속으론 4대강사업 결사 저지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 한나라당과의 협상도, 대통령과의 회동도 무의미하다.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은 다수결 원칙이다. 소수파 배려도 다수결 원칙이 전제돼야 의미가 있다. 국정의 운영 주체는 국민에 의해 선택된 정부와 여당이다. 야당의 국정 반대는 어떤 경우에도 민주주의의 룰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 폭력이 아니라 주장과 투표로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 야당이 억지를 부려 다수결이 아닌 소수결()로 국정 운영을 좌지우지해도 된다면 무엇 때문에 4년마다 총선을 치르고, 무엇 때문에 각 정당이 한 석이라도 더 얻으려고 애를 쓰는가.

국민은 파행국회, 폭력국회를 더 이상 보기 싫다. 의회정치의 기본을 지키지 않으려면 차라리 국회를 떠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