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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차, 디자인-연비-성능 안좋아 구입 꺼려져요

미국차, 디자인-연비-성능 안좋아 구입 꺼려져요

Posted November. 16, 20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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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미국에 자동차시장 문을 더 개방해야 한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똑같이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5일 한미재계회의 만찬 연설)

한국은 그동안 비관세 장벽을 동원해 외국산 자동차를 몰아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수정해야 한다.(미국 상하원 의원 12명, 6일 커크 대표에게 보낸 서한)

최근 미국에서 나오는 이 같은 주장들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대부분 미국이 한국 시장을 너무 모른다거나 미국 유권자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발언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 차 인기 없는 이유는?

동아일보 산업부가 벌인 조사에서 전문가 27명 중 18명은 미국 차가 한국에서 인기 없는 이유를 제품 자체의 문제라고 답했다. 특히 전반적인 품질이 안 좋은 데다 너무 크고 연료소비효율이 안 좋다는 점을 지적한 사람이 많았다. 김기찬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은 미국 차 업체들은 그동안 제품보다는 금융 부문에 더 신경을 써 왔다며 생산 현장의 경쟁력 부족이 자동차에 드러난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많았다. 고급차의 경우 한국인들은 중후한 품격을 중시하는데 미국 차는 지나치게 화려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차관급 인사가 한국을 방문해서 시장 반응이 좋은 미국 자동차 모델에 대해 듣고 왜 미국에서는 별 인기도 없는 그 차가 한국에서는 잘 팔리냐며 반문했다는 일화도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미국 차가 안 팔리는 이유에 대해 디자인을 꼽은 사람이 16.8%였다. 미국 차의 값이 10% 싸져도 다른 차를 사겠다고 답한 사람 중 18.7%는 그 이유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는 고유가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연비가 떨어지는 미국 차가 인기가 없었던 반면, 중소형차가 강한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는 미국 시장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약진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파산 사태를 겪고, 포드도 경영난에 빠지면서 미국 자동차업체들의 브랜드 이미지도 땅에 떨어졌다.

딱히 무역장벽이라 할 만한 게

한국 시장의 무역장벽에 대해서도 전문가 대부분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차에 대해 관세 외에 무역 장벽이 있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안전환경 등 자동차 관련 기준이나 규제를 꼽은 사람은 9명(33.3%), 소비자 취향이나 국민 정서라고 답한 이는 10명(37.0%)이었다. 강철구 한국자동차공업협회 이사는 나라마다 기후나 운전문화가 다른 만큼 안전환경 관련 기준과 규제도 달라야 한다며 한국에서 차를 수출할 때도 대상 국가의 기준에 맞춘다. 이걸 무역장벽이라고 부를 순 없다고 비판했다.

소비자 취향이나 국민 정서에 대해서도 한 전문가는 그런 점이 미국 차를 한국에서 파는 데는 걸림돌이 되겠지만 그걸 무역장벽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한국 정부가 미국 차 구매 장려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는 얘기냐고 반문했다. 한 수입차 업계 종사자는 과거에는 수입차는 광고를 할 수 없는 등 실제적인 장벽이 있었다며 지금은 관세 외에 딱히 장벽이라 할 만한 게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무역장벽이 딱히 없다고 답한 전문가도 4명(14.8%)이었다.

유럽일본차 판매는 고속 성장

한국 자동차 시장에 무역장벽이 있다고 해도 유럽일본 자동차들은 계속 판매량과 점유율이 성장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003년 수입차 전체 판매량은 1만9481대로 시장 점유율은 1.9%였던 것이 지난해에는 6만1648대(점유율 6.0%)로 뛰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판매량이 매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늘었다.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서 유럽 자동차 판매는 1만2535대(점유율 1.2%)에서 3만2756대(3.2%)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일본 자동차도 3774대(0.4%)에서 2만1912대(2.1%)로 고속 성장했다. 미국 차는 같은 기간 3172대(0.3%)에서 6980대(0.7%)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BMW 뉴7 시리즈의 경우 올해 한국에서 110월 1578대가 팔려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팔렸다. 수입차에 적용되는 관세율(8%)은 모두 똑같다.

GM대우자동차를 제외하고 한국에서 정식 수입 경로를 통해 팔리는 미국 차 브랜드는 크라이슬러코리아가 판매하는 크라이슬러지프와 닷지, 포드코리아가 판매하는 포드와 링컨, GM코리아가 판매하는 캐딜락과 사브 등이다.



김상운 장강명 sukim@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