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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악연에 고개떨군 비운의두스타

Posted October. 29, 200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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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미소를 지었지만 얼굴엔 실망감이 역력했다. 한동안 그라운드를 응시하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도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28). 스웨덴은 15일 홈에서 열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유럽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알바니아를 4-1로 대파했지만 이날 역시 승리한 포르투갈에 승점 1점 차로 밀려 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내줬다. 경기에 앞서 이브라히모비치는 내 몸과 바꿔서라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하지만 이날 경기 중 무릎 부상으로 교체된 그는 벤치에서 스웨덴의 탈락을 안타깝게 곱씹었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유독 월드컵 본선과는 인연이 없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프로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했지만 2002년과 2006년 월드컵 본선에선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195cm, 84kg으로 신체조건이 좋은 데다 기술까지 훌륭해 득점기계라는 찬사를 들으면서도 새가슴이란 불명예가 붙은 건 이 때문. 그래서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각오가 남달랐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뒤 올 시즌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스웨덴의 라르스 라예르베크 감독은 예선 기간 내내 이브라히모비치가 위기에 빠진 스웨덴을 구원해 줄 것이라며 믿음을 표시했다. 하지만 스웨덴이 세대교체의 벽을 넘지 못하고 탈락함에 따라 결국 이브라히모비치는 비운의 스타로 남게 됐다. 탈락이 확정된 뒤 그는 아직 월드컵 우승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4년 뒤를 기약하는 그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원래 그의 국적은 잉글랜드였다. 그러나 유명 럭비선수 출신인 아버지가 어머니를 버리자 그는 아버지의 국적 잉글랜드가 아닌 어머니의 나라 웨일스를 선택했다. 성도 어머니를 따라 윌슨에서 긱스로 바꿨다. 이 선택은 축구 인생 내내 그의 발목을 잡았다.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1990년 데뷔해 열한 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과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지만 정작 월드컵 본선 무대는 밟지 못했다. 웨일스의 라이언 긱스(36) 얘기다.

영국은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4개 연방으로 이뤄져 있다. 지역 정서가 고스란히 반영돼 축구협회도 4개가 있다. 긱스에게 월드컵 무대에서 활약할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잉글랜드축구협회장까지 나서 러브 콜을 보냈다. 하지만 긱스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잉글랜드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는 것보다 웨일스 소속으로 월드컵 예선을 뛰는 게 행복하다.

결국 긱스는 웨일스가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본선 무대를 밟아보지 못한 채 2007년 웨일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은퇴 선언을 하면서도 웨일스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가 많아 뿌듯하다. 멀리서라도 웨일스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기원하겠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