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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일 잊고싶은 그때 그사람들

Posted October. 26, 20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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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0월 26일 밤 당시 궁정동 안가 만찬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30년이 지난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박정희 전 대통령 피격 당시 궁정동 안가 만찬에 동석했던 김계원 전 청와대비서실장은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사건으로 살인 및 내란미수죄로 1, 2심에서 사형,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1982년 형 집행 정지로 풀려났다. 올해 86세인 그는 2004년 위암 수술을 받은 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가족과 함께 건강관리와 신앙생활에 전념하고 있다. 그는 사건 이후 2006년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신군부가 김재규에 의한 단순 살인사건을 내란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만찬 자리에 있었던 가수 심수봉 씨(50)와 광고모델 출신의 한양대 연극영화과 3학년생이던 신모 씨(49)는 사건 이후 한동안 은둔생활을 하다 1994년 나란히 자서전을 출간해 당시 상황과 관련된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올해 초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한 심 씨는 현재도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신 씨는 사건 직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결혼 후 귀국해 평범한 주부로 지내고 있다.

사건 당시 4발의 총상을 입고도 살아남은 박상범 당시 경호실 수행계장(66)은 노태우 정부 시절 민주평통자문회의 사무총장,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 경호실장과 국가보훈처장을 지낸 뒤 1998년 공직을 떠났다. 그는 2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사건을 잊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평소 인간관계가 좋아 김재규의 부하들이 확인사살을 하지 않았다는 설에 대해 그는 나중에 그런 얘기들이 들리더라며 웃었다.

당시 경복궁 옆 국군서울지구병원의 정형외과 과장으로 긴급 이송된 박 대통령을 맞이했으며 박상범 계장을 대수술 끝에 살려낸 성상철 육군소령은 현재 서울대병원장이다. 1979년 12월 4일 계엄보통군법회의(1심 재판)의 김영선 재판장(80)은 이듬해 육군 중장으로 예편한 뒤 중앙정보부 제2차장과 제11, 12, 13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박정훈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