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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욕설 연예인

Posted October. 24, 200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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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 방송관련 기관 국정감사에서 진성호 의원은 방송인 김구라 씨의 막말을 담은 방송 비디오를 공개했다. 김 씨는 지난해 KBS2 스타 골든벨 등에 출연해 정신 차려 개XX야 이런 X같은 경우 같은 욕설을 했다가 물의를 빚었다. 그는 방통심의위가 올 6월 지상파방송 3사 오락프로그램 언어사용 실태를 조사했을 때도 막말과 비속어를 가장 많이 쓴 방송인으로 꼽혔다.

주간 미디어워치와 인터넷사이트 빅뉴스 대표인 미디어평론가 변희재 씨는 최근 김 씨의 정치성 욕설 사례도 소개했다. 2002년 김 씨가 황 모 씨 등과 함께 부르고 인터넷에 올린 한국을 조진 100인의 개XX들이란 노래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과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일부 연예인 등을 비방하는 내용으로 지면에 옮길 수 없을 만큼 상스러운 욕설로 가득차있었다. 2004년 총선 때는 이 노래를 개사해 노무현 탄핵을 주도한 정치인들을 공격했다. 2003년에는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판하며 이 XX 멸치대가리 노가다 십장 XX 등의 욕설을 했다. 무명의 개그맨이던 김 씨는 정연주 씨가 KBS 사장으로 있던 2004년 가을 KBS 라디오의 12시 가요광장 MC로 전격 발탁돼 지상파 방송에 진출했다.

욕설 연예인을 비판하면 당사자가 수난을 당하는 양 호도하는 세력도 있다. 정치적으로 내 편으로 분류되는 연예인이 논란이 되면 더 편향적으로 보호하려 든다. 하지만 자신들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의 대상자가 돼도 태연할까. 어느 좌파 인터넷매체가 최근 김구라의 독설을 들을 수 있었던 노무현 정권의 자유 시절이 그립다고 주장하자 인터넷신문 투데이포커스에는 김대중 노무현에게 저런 욕을 했어도 그런 말이 나왔을까라는 반박 글이 올랐다.

연예인에게 성직자나 교수, 기업인, 공무원 같은 수준의 말의 품위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연예인이 청소년에게 영향력이 큰 공인의 성격을 지니는 현실에서 저속한 말을 남발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란 이름으로 감쌀 수는 없다. 비판이 욕설로 변질되면 말과 글은 사회적 흉기()로 전락한다. 국민이 고운 말을 들을 권리도 행복권의 일부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