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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 지지율 상승과 외교 득점 뒤의 관기

[사설] 대통령 지지율 상승과 외교 득점 뒤의 관기

Posted October. 12, 2009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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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작년 8월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나드는 고공 행진을 보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의 내년 서울 개최를 유치하는 외교적 성과도 이루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위기를 벗어나고 있다. 내각과 청와대 사람들도 덩달아 들뜰만하다. 이 대통령의 말처럼 대한민국이 정말 국운 상승의 기회,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설 계기를 맞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시선을 우리 내부로 돌려보면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비리, 일탈 그리고 위기 상황 대처와 관리 능력이 한심한 수준이다. 이런 공직사회를 그대로 두고 더 큰 대한민국과 선진일류국가를 외쳐본들 공염불에 지나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후진국형 사고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

경찰청 국감자료에 따르면 4월 초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당시 북의 해상 도발을 감시하기 위해 설치된 독도의 레이더 2대와 통신시스템인 항공기 유도망 2대가 모두 고장 난 상태였다. 군경이 경계태세에 돌입하는 법석을 떨었지만 정작 동해안은 구멍이 뚫렸던 셈이다. 군은 북의 무단 방류로 우리 국민 6명이 목숨을 읽은 임진강 사태 때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북의 귀순 주민 11명이 탄 소형 선박이 공해에서 영해로 들어와 육지 앞 7km까지 접근할 동안 식별조차 못했다. 그런데도 김태영 국방장관은 세계 어느 나라 해군도 12노티컬마일(약 22km)을 넘는 거리에서 3t 짜리 배를 잡을 수는 없다면서 모든 책임을 레이더 기능 탓으로 돌렸다. 이런 군과 경찰을 믿고 국민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겠는가.

검찰 수사와 각 정부 부처의 자체 감찰을 보면 우리의 공직사회는 거의 비리 백화점을 방불한다. 사회복지예산 등을 수억 수십억씩 착복하고, 주민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하고, 끼리끼리 공모해 허위로 초과근무수당을 타내고, 군 장병 급식용 쌀을 빼돌려 시중에 내다 판 공무원 도둑들이 수두룩하다. 최근엔 한 대통령비서관이 청와대 안에서 업무처리에 대한 불만에서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하는 행태를 보여 구설수에 올랐다. 스스로 실세라고 생각하고 오만방자한 행동을 한 것이다. 청와대 행정관의 성접대 사건이후 비서실 기강을 다잡았음에도 나아진 것이 없는 모양이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 분위기가 문제다.

정부는 대통령의 인기가 높고 매사 잘 나갈 때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공직사회 전반에 걸쳐 엄격한 신상필벌을 시행하고 공직자답지 못한 사람은 일벌백계로 다스림으로써 기강을 바로 세우지 않는다면 정권의 성공은 물론이고 국가의 선진화도 기약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