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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 개방 달러따라 오락가락

Posted October. 10, 20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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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달러 공급을 늘리기 위해 추진해 오던 외국인 투자 제한업종의 개방 작업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원-달러 환율이 9일 1164.50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달러가 시중에 넘치기 때문이다. 1년 사이에 180도 바뀐 정부 정책에 대해 너무 근시안적이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정부는 외국인 투자가 제한된 29개 업종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작업을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했다. 2009년 지경부 규제개혁 추진계획에는 지난해 12월까지 연구용역을 끝내고 올해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2010년 중에 단계적 개방계획을 마련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담겼다.

상반기만 해도 이 작업은 탄력을 받았다.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에서 일제히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를 넘어 1500원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외국인투자위원회에 참석한 12개 부처와 16개 시도 관계자에게 정부 지분이 있는 기업을 해외에 적극 매각하라. 해외 투자 유치 실적은 분기별로 점검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지경부는 지난해 말 산업연구원(KIET)으로부터 용역보고서를 건네받고 이에 기초해 부처간 협의를 시작했다.

김기현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외국인투자 제한업종의 단계적 개방 필요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 항공사는 이미 국내 시장을 상당 부분 점유하면서 국내 항공사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투자제한(외국인투자비율 50% 미만)이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국제선 항공운송업을 외국인에게 즉각 개방 가능한 업종으로 분류했다.

또 신문 잡지 및 정기간행물 발행업, 지상파를 제외한 방송산업, 보리 재배업, 쇠고기를 제외한 육류도매업, 소형 및 대형 국내선 항공운송업 등은 단계적 개방 업종으로 수력발전을 제외한 발전업, 전력판매업, 뉴스제공업 등은 현행 유지 및 추후 개방 가능 업종으로 구분했다.

하지만 10월 현재 외국인투자 제한업종의 개방계획은 무기한 보류됐다. 지경부 당국자는 당분간 추진하기 힘들 것 같다며 장기과제로 돌려 각 부처가 적절한 시점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경부가 밝힌 이유는 달러가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의 변화 때문이다. 무역수지 흑자와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면서 국내에 달러가 쌓이기 시작했다. 대부분 국가 기간산업이어서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해선 안 된다는 각 부처의 반발도 있었다.

이제 정부는 수출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나친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아야 할 판이다. 실제 재정부는 최근 공기업에 해외 차입을 가급적 자제할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또 은행의 해외채권 발행도 신중하게 하도록 유도해 달러 유입을 막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기현 의원은 정부의 외환 정책이 너무 근시안적으로 처리되고 있다며 외국인 투자유치에 대한 정책 일관성이 떨어지면 국가 신인도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외환시장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려면 외환보유액을 과감히 더 늘리고 미국, 일본 등과 외화 수급 공조체제를 맺어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자금 이동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국제적으로 공조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