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미 만화영화에 러 발레공연까지 북미디어 열렸다

미 만화영화에 러 발레공연까지 북미디어 열렸다

Posted September. 19, 2009 08:21   

中文

북한의 미디어 정책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북한에서 미디어는 지도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대중선전의 도구라는 점에서 변화의 기류가 관심을 끌고 있다.

부분적인 서구 모습도 전해

북한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TV채널인 중앙방송의 변화는 7월 3일 대동강맥주 광고를 시작으로 감지됐다. 정치선전 일변도의 북한 방송에 첫 상업성 광고가 등장한 것. 이후 두 달 동안 개성인삼, 코스모스 머리핀, 옥류관 메추리요리 광고가 잇따라 방영됐다.

최근 외국의 과학기술과 문화 등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황금시간대에 러시아 발레 백조의 호수를 1시간 반 동안 방영하는가 하면 오래전에 사라졌던 국제상식 세계의 동물들 해외문화 탐방 등 해외소식을 담은 프로그램도 최근 부활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서구 국가들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북한군 협주단 가수들이 군복을 입고 기타를 치면서 이탈리아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며칠 전 방영됐다. 북한선수가 출전한 경기만 골라 보여주던 관행에서 벗어나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제16차 국제육상경기대회는 주요 경기 장면을 요약해 방영하기도 했다.

외국영화 CD 판매

외국영화를 보는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도 최근 감지되고 있다. 국영 하나전자회사에서 만든 외국영화 CD가 전국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외국영화는 주로 평양시민들만 볼 수 있는 만수대TV 채널에서 방영된 것들로 CD 1장은 북한 돈 1500원(약 500원)에, 이보다 용량이 몇 배 큰 DVD는 7500원에 팔린다. 요리 오락 관련 CD는 물론이고 마라도나, 베켄바우어 등 세계 유명 축구선수 일대기를 담은 CD까지 판매되고 있다.

세계 유명 만화도 많이 퍼졌다. 신데렐라 피노키오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미녀와 야수 로빈 후드 등은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특히 미국 할리우드의 대표 만화인 톰과 제리도 생쥐의 요술세계라는 제목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몰래 비디오방을 운영하는 개인도 늘고 있다. 국가가 제작한 CD는 하루 북한 돈 300원, 불법 CD는 500원에 빌릴 수 있다.

북한에서 상영되는 외국 작품 대다수가 중국 작품으로 북한주민들이 중국에 사상 문화적으로 동화되고 있는 현상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실례로 만수대TV에서는 중국 드라마가 고정 방영된다. 현재는 중국 드라마 무명영웅이, 그전에는 중국 항공육전대의 훈련을 담은 수직타격이 방영됐다.

하지만 남한 영상물에 대한 처벌은 훨씬 강화됐다. 과거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 들켜도 뇌물로 무마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마약사범보다 엄중하게 처벌한다. 중앙TV가 7월 29일에 방영한 10분짜리 남한 비방 프로그램인 위기의 남조선 비참한 민생도 남한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환상을 깨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관람한 연극 네온등 밑의 초병은 북한 지도부의 속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이 연극은 1940년대 말 갓 해방된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중국 연극을 각색한 것이다. 네온등은 명멸하는 자본주의의 물신주의를 상징한다. 북한 당국은 부르주아 사상에 중독 되면 혁명을 지켜낼 수 없으며 자본주의 사상 문화적 침투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이 연극을 군인들에게 의무적으로 관람하도록 하고 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