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양자 접촉을 통한 북-미 관계의 변화 조짐에 한국 정부가 조심스럽게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데도 자칫 북-미 접촉 자체로 뭔가 해결될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전달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정부가 북-미 관계 진전 과정에서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1일 우리는 북한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관련국 간의) 협의와 방북 초청내용 등을 고려해 앞으로 2주 내에 (접촉)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크롤리 차관보는 이어 북-미 양자대화는 (북핵) 6자회담 틀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를 위한 진전된 조치를 이끌어 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를 미국의 중대한 정책변화라고 평가했다. 미국 ABC방송은 대북정책의 기어를 교체했다고 평가했다. CNN방송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극적인 정책 전환을 통해 북한을 6자회담 체제로 복귀시키기 위해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가질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의 한 핵심 참모는 13일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라면 북-미 직접대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북-미 양자 대화에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아직 최종적으로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국면으로 전환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최근 미국과 다소 정책 조율이 안 된 듯한 행보를 보인 한국 정부가 북-미 대화 과정에서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앞으로 2주 안에 결정할 것이라는 미국 발표는 한국 정부의 예상보다는 다소 빠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도 정부는 미국과 다소 엇박자를 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을 마치고 일본으로 향한 직후인 6일 한국 정부 당국자는 아직은 북-미 간에 접촉할 여건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즈워스 대표는 8일 일본에서 앞으로 몇 주간 워싱턴에서 (방북)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혀 한국 당국자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이런 탓에 일각에서는 북-미 관계의 기류변화 가능성을 놓고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당국자는 미국이 자국 내 스케줄과 필요성에 따라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북 제재를 둘러싼 인식 차가 불거질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한미 공조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하태원 spear@donga.com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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