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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사정치 식사정치

Posted September. 07, 2009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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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국회의원들의 기()를 살려주는 데 관심을 쏟는 듯하다. 정권 출범 후 1년 넘게 여의도 정치권을 비생산적 집단으로 보고 거리를 둬왔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요즘은 달라진 모습이다.

특사정치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5월 한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앞두고 의원 10명을 아세안 10개국에 파견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한나라당 의원 33명을 특사로 임명했다. 여당 의원 5명 중 1명꼴이다.

특사는 대통령을 대신해 한국 대표로 외국에 파견된다. 이 때문에 해당 의원들의 자부심이 매우 크다고 한다. 지난달 남미를 다녀온 6선의 이상득 의원이 대통령의 주문으로 자원외교를 하고 왔다는 사실을 주변에 자랑할 정도다. 5월 아프리카 5개국을 방문했던 홍준표 의원은 짐바브웨 공항에서 호텔까지 현지 외교부 장관이 직접 에스코트하는 등 특급 대우를 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의원을 특사로 임명하는 데는 당 내 계파 분란을 완화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25명의 특사단에는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가 적절히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한 친이계 의원은 데면데면한 사이였는데 외국에서 일주일 넘게 같이 있다 보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특사로 다녀온 뒤에는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리거나 대통령과 면담하기 때문에 본인의 존재가치를 확인하는 기회도 된다.

특사정치와 함께 이 대통령이 요즘 신경을 쓰는 게 식사정치다. 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이나 만찬을 하면서 정서적 거리를 좁히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단 7명과 오찬을 했고, 27일엔 원내대표단 11명을 저녁에 불렀다. 이달 1일에는 여성 의원 19명과 오찬회동을 했다. 지난달 20일에는 김성태 현기환 의원 등 한국노총 출신 의원 4명을 비공개로 불러 티타임을 가지기도 했다.

원내대표단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아프리카에서 만난 추장 얘기를 전하며 농담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이 많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여성 의원을 만났을 때는 집사람(김윤옥 여사)이 815 광복절 행사에 불참했는데 우리 부부 사이가 나빠졌다는 소문이 돌더라. 실은 집사람이 요새 배드민턴에 빠져 있는데 운동하다 발목 인대가 늘어나는 바람에 그렇게 된 것이라며 요즘 우리 관계는 최고라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고 한다.

식사에 참석한 의원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여성 의원 오찬에 다녀온 조윤선 대변인은 대통령이 의원들의 근황에 대해 잘 알고 있더라. 관심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청와대 참모들은 의원들을 상임위원회별로 초청하거나 야당 의원들을 만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대통령은 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실 참모진 국정워크숍 만찬자리에 들러 일이 바쁘다고 가정을 소홀히 하는 사람은 유능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나도 그렇게 바빴지만 가정을 늘 챙겼다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이날 만찬에는 선임 행정관급 이상 참모진과 배우자 등 170명가량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인근) 삼청동에 멋진 카페가 많으니 오늘 밤 (만찬이 끝나고) 낭만적인 시간 좀 가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