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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강봉균과 박상천

Posted September. 04, 2009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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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강봉균(3선전북 군산) 의원은 행시 6회 경제관료 출신으로 김대중 정부 초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재정경제부장관을 지내며 기업구조조정을 진두 지휘했다. 민주당 내에선 중도보수 성향의 온건파로 분류되지만 소신은 누구보다 뚜렷하다는 평을 듣는다. 당내는 물론이고 대여() 관계에서도 언제나 대안()을 먼저 주문한다. 올 상반기 여야간 비정규직법과 미디어 관계법을 놓고 여야 대치가 한창일 때도 그는 정부 여당이 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며 정책정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김형오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낭독하는 순간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일어나 날치기 주범 김형오는 사퇴하라고 고함치며 피켓을 흔들었다. 당 지도부에서 개회사 직전 일어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라는 행동수칙이 내려왔지만, 강 의원은 침묵을 지키며 서 있었다. 이날 본회의 직전 피켓 시위후 집단퇴장 방침을 놓고 민주당 의원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갈렸다. 하지만 온건파의 목소리는 강경파 쪽에 선 원내대표단에 의해 묻혀버렸다.

박상천 의원(전남 고흥보성)은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원내대표단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국회의원이 국회 안에서 플래카드 시위가 뭐냐. 유치한 정치는 하지 말자고 신신당부했지만 역부족이었다. 5선의 박 의원은 1990년대 초반 꾀돌이 원내총무로 이름을 날렸으며 김대중 정부 시절 법무부장관을 지냈다. 민주당의 등원거부와 한나라당의 단독국회 방침이 팽팽히 맞서 있던 올 6월 그는 시급하고 어려운 일일 수록 협상을 통해 결론내야 국회의 존재 가치가 부각된다며 투쟁일변도의 당 노선에 변화를 주문했다.

두 의원 말고도 김충조 박주선 의원 등 본회의장 플래카드 시위 방침을 따르지 않은 중진이 여럿 있다. 이들은 MB악법 저지를 중심축에 놓고 강경 대여투쟁을 이끄는 지도부와 달리 무의미한 보수 진보 이념 논쟁보다는 민생과 관련해 실용적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내에선 이들의 소신에 공감을 표시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지만 대세를 형성하지 못하는 것이 요즘 민주당의 한계인 것 같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