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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적판 해운대

Posted September. 01, 200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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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팔순 농부와 소의 30년 우정을 소재로 한 독립영화 워낭소리는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새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파일 공유(P2P)사이트를 통해 불법 동영상 파일이 퍼져 제작자가 크게 손실을 입었다. 제작사가 수사를 요청해 불법 유포자 39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한번 디지털 콘텐츠가 한번 새어나가면 무서운 속도로 전파돼 복구가 어렵기 때문에 제작사들은 저작권 보호에 필사적이다.

대부분 영화는 극장 상영을 끝내고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 등을 제작하는 단계에서 유출돼 웹 하드나 개인간 파일공유(P2P)사이트를 통해 인터넷에 유통된다. 불법으로 도둑 촬영해 올리면 돈을 벌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동영상 파일이 올려져 있는 사이트는 입회비 명목으로 돈을 받는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웹 하드와 P2P 사이트가 생겼다 사라질 정도로 불법 유통이 성행한다. 불법 동영상을 매개로 하는 인터넷 지하경제가 형성돼 있다. 제작사들은 24시간 인터넷 공간을 감시하며 불법 유통을 막으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불법 동영상 유출이 한층 대담해져 영화관에서 상영중인 영화까지 인터넷에 떠다닌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 대응센터가 수사에 나선 영화 해운대는 지난 달 22일 개봉돼 30일까지 1073만 명이나 관람했다. 제작사인 CJ엔터테인먼트 측은 극장 상영 중에 불법 파일이 유통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해운대는 지난 25일 중국, 28일 미국에 이어 동남아에서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 CJ측은 해외 피해를 더 우려한다.

음악이나 영상물의 경우 국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7090%가 불법 복제물이다. 연간 국내 저작권 침해 규모는 2조원을 넘는다. 저작권법 위반 고소사건이 2006년 1만여 건에서 작년에는 7만8000여건으로 폭증했다. 올 7월 23일부터 불법 복제물을 유통시킨 온라인 서비스제공자에게 정지를 명령할 수 있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고 있다.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면 문화 콘텐츠 산업은 발전할 수 없다. 저작자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만든 창작물을 도둑질 당해 싼값에 길거리에서 팔리거나 공짜로 인터넷에 떠다닌다면 누가 공들여 창작에 투자하겠는가.

박 영 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