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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회장 3마리 토끼 잡아서 돌아올까

Posted August. 11, 200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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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평양방문길에 오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억류 중인 현대아산 직원 A 씨 석방과 개성공단 사업 정상화, 금강산 및 개성 관광 재개 등 현대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시급한 현안이 이번 방북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룹 안팎에서는 A 씨 석방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현 회장이 이 문제 해결에 매달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실제로 현 회장은 이날 방북에 앞서 A 씨가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비교적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관광사업 재개에 대해서는 가봐야 알겠다고 다소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A 씨 석방 여부가 개성공단 정상화 계기될 수도

현대아산 직원 A 씨는 10일로 북측에 134일째 억류돼 있다. 현 회장이 2박 3일간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다른 최고위층 인사와 접촉한다면 A 씨 석방 문제는 비교적 순조롭게 풀릴 가능성이 높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게 여기자 석방이라는 깜짝 선물을 줬던 북한이 현 회장과 현대그룹에도 비슷한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북측이 A 씨 석방과 관련해 현대그룹이나 우리 정부에 경제적 또는 정치적 대가를 요구한다면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 씨 석방문제가 해결되면 교착상태에 있는 개성공단 문제도 순조롭게 풀릴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지난해 12월 개성공단 육로 통행 시간대와 통행 인원을 대폭 줄이고 상시 체류 인원을 제한한 데 이어 올해 6월 일방적으로 남측에 근로자 임금과 토지 임대료 인상 등을 요구하면서 개성공단은 사실상 가동 중단 상태에 빠졌다. 원자재 수급 및 물류가 막힌 가운데 바이어들마저 이탈하면서 상당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업체들이 기계와 인력을 철수하면서 개성공단에서 빠져나온 상태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A 씨 억류 사태가 해결되면 신변 안전문제가 풀려 바이어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개성공단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현 회장 방북 성과에 따라서는 통행 제한과 임금인상 등 문제가 합리적인 선에서 조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개성공단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북측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개성공단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설비나 인력을 철수한 입주업체들이 조만간 라인을 정상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광사업 재개 가능성에 촉각

대북사업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금강산 및 개성 관광사업을 언제 재개할 수 있느냐에도 관심이 쏠린다. 금강산 관광은 지난해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통일부의 금강산 관광 잠정 중단 조치에 따라 1년 넘게 끊긴 상태다. 또 개성관광도 지난해 12월 초 안전상의 이유로 중단됐다.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 이후 올해 6월까지 1536억 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또 협력업체들도 모두 594억2400여만 원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 회사는 올해 1분기(13월) 257억여 원의 당기 순손실을 보는 등 회사가 어려워지자 관광 중단 이전 1000여 명에 이르던 직원을 400여 명까지 줄이는 구조조정을 했다.

현 회장은 관광사업 재개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당장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에 현금을 주는 사업인 만큼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뒤 국제사회의 눈치까지 봐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에 따르면 금강산 등 현지 설비는 당장이라도 관광을 재개할 수 있을 정도로 상주 직원들에 의해 잘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피격 사건 이후 철수한 직원들을 재고용하고 배치하는 문제가 남아 있어서 관광 재개 허가가 나더라도 완전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금강산은 피격 사건이 있었던 데다 우리 정부가 먼저 막은 것이어서 빨리 풀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개성 관광은 북측이 풀어주면 바로 재개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월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