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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교원보호법

Posted July. 24, 200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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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구 한 고교 3학년 교실에 학부모 한 사람이 쳐들어왔다. 이 학부모는 수업 중인 3학년 교실의 출입문을 곡괭이로 찍고 들어가 누가 내 아들을 놀렸느냐며 교실을 공포 분위기로 몰아넣었다. 이 학부모는 교사와 학생들의 제지를 뿌리치고 복도와 교무실 유리창을 깨뜨리며 소란을 피우다 경찰에 인계됐다. 올 5월엔 정신 병력이 있는 20대 남성이 강원 춘천의 한 여고에 들어와 야간 자율학습 중이던 여고생들에게 행패를 부렸다.

스승의 그림자도 안 밟는다는 것은 사어()가 된 지 오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2001년 104건이던 교권침해 사건은 2008년 249건으로 급증했다. 이 중 폭언 폭행 협박 등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는 92건으로 37%를 차지했다. 한두 자녀만 낳는 현상이 보편화하면서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교사의 체벌을 수용하지 못하고 교권침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교사가 학생들 앞에서 학부모로부터 폭행과 수모를 당할 경우 피해가 교사들에게 국한되지는 않는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이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을 발의했다. 학부모 등 외부인은 학교장이나 교사의 동의 없이 학교를 방문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수업권과 학습권은 어떤 경우에도 보호받아야 하지만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할 때 일일이 교장과 교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둔 학부모들은 교실청소나 급식활동 때문에 학교를 찾을 일이 빈번한데 예비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한다면 난센스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당선인 시절에 부인 미셸 여사를 제쳐두고 두 딸의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와 전학 문제를 상의했다. 세계에서 가장 바쁜 미 대통령 당선인이 자녀의 학교를 방문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가정적이고 다정한 아빠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미국에선 학부모가 학교를 찾는 일이 그만큼 자연스럽다. 소풍이나 미술시간 같은 때 학부모들이 자연스럽게 교사의 보조원 역할을 한다. 우리 사회가 소통장애에 시달리고 있는데 교원보호법이 교사와 학부모 간에 새로운 장벽이 될까 걱정이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