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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통령 재산 331억 출연

Posted July. 07, 200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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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6일 지난 대통령선거 직전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하며 그 외 가진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고 자신과 국민에게 한 약속의 이행을 선언했다. 이 대통령은 재단을 설립해 331억4200만 원의 재산을 출연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이런 마음이 영글도록 한 뿌리는 어머니라며 어머니와의 약속을 실천했다는 것을 뿌듯하게 생각하면서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그동안 이 대통령이 재산기부 약속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지킬지는 국민의 관심사였다. 재단추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얼마 전 사석에서 재단을 만든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그 돈을 이렇게 쓰면 좋겠다, 저렇게 쓰면 좋겠다는 국민 아이디어가 쇄도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재외국민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달라는 연락이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현직 대통령이 재임 중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일이라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1995년 처음으로 재산기부 의사 밝혀

이 대통령이 재산 사회기부를 약속한 것은 지난 대선을 열흘여 앞둔 2007년 12월 7일이었다. 검찰이 이른바 BBK 의혹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지 일주일 뒤 이 대통령은 KBS 선거방송 연설을 통해 재산 기부를 선언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재산의 사회기부 의사를 처음 밝힌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발간한 저서 신화는 없다에서 이 대통령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 서초구 양재동 땅 등 자신의 재산이 어떤 과정을 거쳐 모아졌는지를 소개한 뒤 아내와 나는 우리의 재산을 아이들에게 물려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당내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2007년 7월 검증청문회에서도 제 작은 성취(재산)가 저만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제 성취라는 선물을 준 우리 사회에 감사하며, 제 성취를 우리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기부 의사를 밝혔다. 또 지난해 12월 라디오 연설에서는 어디에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아마 머지않아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작업에 돌입했음을 내비쳤다. 송정호 재단설립추진위원장(전 법무부 장관)은 장학재단 설립 방식을 택한 것은 가난의 대물림을 막겠다는 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최근 이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친()서민 행보와도 맥을 같이 한다.

이르면 올 하반기 수혜자 나올 듯

당장 관심은 언제부터 누가 혜택을 받을지다. 송 위원장은 다음 달 초 재단법인 청계()를 설립한 뒤 이사회에서 내부 절차와 원칙에 따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수혜 대상자를 선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계는 출연재산이 부동산인 만큼 연간 임대료 수입 11억 원 중 약간의 관리비를 뺀 나머지인 10억 원가량을 재원으로 청소년 장학 및 복지 사업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수혜 대상자는 현재로서는 초중고교생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교 등록금과 초중고교생의 식비 등 각종 학업 부대비용을 지원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만약 1인당 100만 원을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10억 원 정도로 대략 1000명가량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차등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알려져 구체적인 수혜 대상자와 규모는 예단하기 어렵다. 재단 설립에 한 달 정도 소요되고 이른 시일 내 수혜 대상자를 선정하기로 한 만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혜택을 받는 학생들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 청계 명칭 직접 선택

이 대통령은 자신의 재산을 관리하게 될 재단법인의 명칭을 직접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송 위원장이 4개 정도의 재단 명칭을 이 대통령에게 보고했더니 이 대통령이 청계로 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해 그렇게 명칭이 정해졌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아호인 청계 외에도 이 대통령 모친의 이름을 딴 태원() 이 대통령의 또 다른 아호 일송()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의 이름을 조합한 명윤() 등을 최종 후보군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청계라는 아호는 초서의 달인으로 불리는 서예가 취운() 진학종 선생이 이 대통령에게 지어준 것이다. 진의종 전 국무총리(1995년 작고)의 동생인 취운 선생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시작하기 전 한자성어 청계유용()에서 청계를 떼어내 초서체로 휘호를 만들어줬다고 한다. 이후 이 대통령은 청계라는 아호를 즐겨 썼다고 한다.

청계라는 이름이 외국인이 발음하기 쉽지 않고 의미를 설명하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 재단의 영문명은 Lee Myung-bak & Kim Yoon-ok Foundation(약칭 Lee & Kim Foundation)으로 하기로 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