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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MBA 2000명, 한국 온 까닭은

Posted June. 23, 200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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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순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의 와튼 스쿨 경영대학원(MBA) 재학생 37명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을 방문했다. 이들은 삼성전자의 경영전략이나 기업문화에서부터 인재채용 전략과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1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대해서도 질문이 쏟아졌다.

2주일 뒤에는 미국 MIT 슬로언 스쿨과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의 MBA 학생 60명이 삼성전자를 찾았다. 2006년 이후 지금까지 삼성전자를 직접 찾아 한국형 기업모델에 대해 현장학습을 한 해외 MBA 학생 수는 2000명이 넘는다.

한국 기업을 대하는 외국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발() 경제위기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서도 한국 기업들이 비교적 좋은 실적을 내놓으면서 한국형 비즈니스모델의 강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한국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해 1분기(13월) 삼성전자는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16.4%(수량 기준)의 점유율로 40.9%를 차지한 핀란드 노키아에 비해 24.5%포인트 뒤졌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시장점유율 18.7%로 노키아와의 격차를 19.4%포인트까지 좁혔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시장점유율을 1.8%포인트 끌어올리며 소니와의 격차를 8.0%포인트에서 5.4%포인트까지 줄였다.

물론 원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 외부효과의 덕을 톡톡히 봤다. 하지만 수출 비중이 50%가 되지 않는 코오롱도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올렸다. 올해 들어 유가가 꾸준히 상승해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LG석유화학도 2분기(46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이지환 교수는 반도체, 휴대전화 등의 분야에서 기업들이 어떤 경영전략을 통해 선전하고 있는지 최근 해외에서 관심이 높다며 고()위험 산업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신속한 투자가 지금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스스로 강점을 찾고, 한국형 경제모델의 장점을 찾아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르겐 쾨닉 한국머크 사장은 한국인들은 위기일수록 긍정적 변화를 모색하는 창조력과 이를 실현하는 혁신성이 강하다며 한국 기업들이 위기 속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두 가지 특징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순봉 삼성석유화학 사장은 부정적으로 인식돼 왔던 한국의 빨리빨리와 냄비근성이 일본의 견고한 제조업을 이기게 만든 원동력이라며 한국인의 대표적인 기질인 소속연개(작고 빠르고 연결되고 개방됨)는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한국을 세계 최강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빛을 발하는 한국 기업의 경영 DNA는 무엇이고 위기 후에도 한국형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 3회 시리즈로 조망해본다.



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