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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살아남기 위해 사, 살리기 위해 쌍용차, 절벽을 걷는 두 개의

노, 살아남기 위해 사, 살리기 위해 쌍용차, 절벽을 걷는 두 개의

Posted May. 23, 2009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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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낮 12시 경기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쌍용차 노조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는 이곳에는 정문에서부터 15개의 천막이 늘어서 있었다. 정문에 가장 가까운 천막에 권 씨와 다른 쌍용차 노동조합원 부인 10여 명이 있었다. 우리 아빠의 일자리를 지켜주세요라고 써 있는 현수막이 걸린 천막이었다.

권지영 씨(35여)는 아홉 살짜리 큰 애를 학교에 보내고 세 살짜리 둘째를 데리고 이 대회장에 왔다. 오는데 왜 고민이 없었겠어요. 아이들 생각하면 제가 어디라도 나가서, 설거지라도 해서 돈을 벌어 우선 살아야지 싶은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우리가 마치 일을 게을리 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처럼 사람들이 보는 게 너무 억울하고 답답해서 왔어요.

함께 일하던 동료 2명 중 1명은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이날 몇몇 조합원과 가족은 다 같이 살아남기 위해 대회장을 찾았다. 하지만 이날 결의대회에는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약 1450명, 쌍용차 조합원은 500명가량이 참석해 민주노총이 더 많았다.

같은 날 쌍용자동차의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서울사무소에서 공장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지금 현장 상황은 어떤가요. 우리 직원은 많아야 500명이고 민주노총에서 2000명 정도 들어온다고 합니다. 생산 시설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좀 지켜주세요.

서울사무소는 직원들이 이사하기 위해 짐을 싸느라 어수선했다. 전화선은 끊기고, 책상 위는 박스로 가득했다. 일부는 평택공장 내 본사로, 일부는 임대료가 절반 수준인 건너편 사무실로 옮겨간다. 관리직 243명은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 관리인은 이날 오후 4시 법원에서 열린 첫 채권단 회의에 참석해 법원과 채권단을 향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할 테니 회사를 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노-사 모두에게 이날은 긴 하루였다. 쌍용차는 대주주였던 중국 상하이차가 1월 초 한국을 철수하면서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월 이후 판매가 조금씩 늘었지만 희망을 갖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회사 측은 지난달 초 전체 직원의 37%에 이르는 인력을 줄이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엔 당장 희망퇴직 신청자에게 줄 퇴직금조차도 없었다.

이 관리인 등은 한 달 넘게 신차개발비와 구조조정 비용을 구하기 위해 지식경제부, 산업은행 등을 쫓아다니며 사정했다. 경기도, 평택시에도 찾아가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대답은 한결 같았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어렵다는 것이었다.



조용우 장강명 woogija@donga.com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