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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vs 철인

Posted April. 21, 200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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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양준혁(40)은 한국 프로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의 기록이 바로 한국 야구의 기록이다. 지난주 통산 340호 홈런을 때려 장종훈 한화 코치가 갖고 있던 통산 최다 홈런과 타이를 이룬 그는 안타, 2루타, 누타, 타점, 4사구, 타수, 득점 등 8개 부문에서 통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한국에 양준혁이 있다면 일본에는 가네모토 도모아키(한국명 김지헌41)가 있다. 양준혁보다 한 살 위인 가네모토는 올 시즌 최고의 전성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20일 현재 타율(0.491), 홈런(8개), 타점(26개) 선두다. 장타율(1.036)과 출루율(0.532)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8일 히로시마전, 10일 요미우리전에서 3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다. 일본 야구를 통틀어 한 달에 두 번 3연타석 홈런을 때린 타자는 가네모토가 처음이다.

양준혁이 각종 통산 기록을 갈아 치우고 있는 데 비해 가네모토가 통산 기록에서 선두에 올라 있는 부문은 없다. 70년이 넘는 역사의 일본 프로야구에서 안타는 장훈(3085개), 홈런은 오사다하루(868개)의 기록을 넘기 힘들다. 게다가 가네모토는 양준혁과 마찬가지로 대학을 졸업한 뒤 프로에 입단했다. 고교 졸업 선수에 비해 4년을 손해 본 셈이다.

하지만 가네모토는 무교체 연속 출장 부문에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가네모토의 연속 출장은 히로시마 소속이던 1999년 7월에 시작됐다. 2006년 4월 9일에는 메이저리그 칼 립켄 주니어가 보유하고 있던 세계 기록(903경기)을 갈아 치웠고 현재까지 1344경기에 연속 풀타임 출전을 하고 있다. 2004년 7월에는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맞아 왼손 연골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2007년 시즌을 마친 뒤 왼쪽 무릎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1999년 이후 지금까지 한 이닝도 거르지 않고 모든 경기를 소화한 그야말로 철인이다.

가네모토는 1992년, 양준혁은 1993년에 데뷔했다. 통산 기록을 비교하면 안타, 타율, 4사구에서는 양준혁이, 홈런을 포함한 다른 부문에서는 가네모토가 앞선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한일 야구의 귀감이라는 점에서는 꼭 닮았다. 내야 땅볼을 치고도 전력 질주하는 양준혁과 철저한 자기 관리로 철인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가네모토에게 후배들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양준혁과 가네모토 가운데 누가 더 오래 남을까.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