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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택서 잠적 31시간만에 일거쳐 11일밤 극비귀국

미자택서 잠적 31시간만에 일거쳐 11일밤 극비귀국

Posted April. 13, 2009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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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500만 달러 송금 과정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36)가 11일 오후 늦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미국 샌디에이고 자택을 나간 지 31시간 만에 숨바꼭질하듯 제3국을 경유해 언론사의 취재 사각 시간대인 토요일 야간시간을 택해 입국했다. 노 씨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국내 항공사가 아닌 외국 항공사를 타고 일본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뒤 아시아나항공으로 갈아타고 귀국했다.

그가 인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11일 오후 10시 50분. 승객들이 다 내린 뒤 마지막으로 입국장에 들어선 노 씨는 검은색 정장 차림에 장시간 비행기를 탄 탓인지 다소 초췌한 모습이었다. 노 씨는 취재진 앞에서 잠시 사진촬영에 응한 뒤 질문이 쏟아지자 지금으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 몇 번 되풀이했다. 심경이 어떤가라는 거듭된 질문에 좋지 않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이어 입국 수속을 위해 복도를 걸어가는 도중 취재진이 각종 의혹에 대해 묻자 검찰 조사가 끝나면 한마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만 말했다. 이후엔 아예 말문을 닫았고, 답변을 재촉하는 기자들을 향해 (옷깃을) 잡지는 말아 달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 씨는 입국장을 빠져나오는 10여 분간 연이은 질문 공세에도 굳은 표정으로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이날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2시간여 동안 기내에서 말없이 신문만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이날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 15석은 텅텅 빈 채 노 씨와 이모 씨(42여) 등 2명만 탔다. 이 씨는 비즈니스 좌석 탑승자는 나 혼자였는데 이륙 직전에 노건호 씨가 들어왔다며 노 씨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신문만 봤다. 기내식을 먹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노 씨의 탑승 경로를 확인하려 했으나 미국에서 어떤 항공사 여객기를 타고 왔는지에 대한 기록이 삭제돼 있었고, 나리타공항에서 탑승 직전 급히 항공권을 구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오후 11시 20분경 경찰관의 호위 속에 입국장을 빠져나온 노 씨는 공항 청사 밖에 대기 중이던 검은색 체어맨 승용차를 타고 쏜살같이 서울로 향했다. 취재 차량 4, 5대가 뒤쫓자 이를 따돌리기 위해 3시간 가까운 심야 추격전이 이어졌다. 노 씨가 탄 승용차는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에서 시속 180km 가까이 질주하기도 했고, 올림픽대로 잠실 방면으로 주행 도중 갑자기 발산 램프로 빠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의 골목길과 이면도로를 주행하며 취재차량들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급차선 변경이나 유턴도 여러 차례 했다.

12일 오전 1시경 강남구로 진입한 승용차는 한티역, 도곡역, 매봉터널, 강남세브란스병원 일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해서 돌면서 도곡동 L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두 차례나 반복했다. 이 아파트에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전해철 변호사가 살고 있어, 노건호 씨를 마중 나온 사람은 전 변호사라는 추측도 나왔다.

오전 1시 50분경 노 씨가 탄 차량은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일방통행로에 들어섰고, 노 씨는 연락을 받고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다른 승용차로 재빨리 갈아탄 뒤 취재진을 따돌리고 사라졌다.



박희제 우정열 min07@donga.com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