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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돔구장 생길까 3년전도 떠들썩 했는데

이번엔 돔구장 생길까 3년전도 떠들썩 했는데

Posted March. 27, 20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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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번 타자는 여전히 씩씩했다. 15시간 가까운 장거리 비행 끝에 3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고작 4시간 정도밖에 잘 수 없었다. 수면 부족과 누적된 피로 탓에 눈이 충혈됐지만 표정은 환했다. 26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최 오찬을 마치고 전날 묵었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리베라호텔로 돌아온 김태균(한화)을 만났다.

지난해 말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이승엽(요미우리)이 태극마크를 고사하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8강도 쉽지 않다는 말까지 나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였다. 이승엽은 없었지만 김태균이 있었다. 김태균은 만장일치로 1루수 올스타에 선정됐다. 타율 0.345, 3홈런, 11타점의 기록이 보여주듯 세계의 4번 타자로 손색이 없었다.

아직 승엽이 형과 저는 수준이 달라요. 형이 그동안 꾸준히 세운 기록을 보세요. 저는 아직 멀었어요.

이승엽과 자신을 비교하는 여론에 한없이 겸손했던 김태균은 메이저리거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대회를 통해 많은 자신감을 얻었어요.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대단하다고는 하지만 제가 볼 때는 한국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보다 조금 나은 정도였어요. 저뿐 아니라 동료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하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이 두렵지 않았다는 그도 일본 마운드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루빗슈 유의 공도 빨랐지만 결승전 선발로 나왔던 이와쿠마 히사시의 공이 가장 치기 어려웠어요. 야구 자체도 메이저리그보다는 일본 야구가 더 상대하기 힘들었고요.

김태균은 전날 인천공항에 입국한 뒤 경찰의 경호를 받았다. 공항 직원들은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그를 보고 줄을 서가며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훌쩍 높아진 위상을 실감한 것.

김태균은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대회 기간 내내 일본 야구와 메이저리그가 관심을 보내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관심 받는 게 기분 나쁘지는 않죠. 하지만 지금은 제가 얘기할 시점이 아니에요. 일단 소속팀 한화에 충실해야죠. 개인적으로는 3할 타율에 30홈런 이상을 올리는 게 목표입니다.

대회 기간 김태균은 두 살 위 누나와 통화를 많이 했다. 누나는 김태균이 일본 도쿄에 있을 때 아들을 낳았다.

삼촌 노릇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가족들이 제가 신경쓸까 봐 누나의 출산 소식도 나중에 알려줬어요. 그걸 알고 나니까 더 미안하더라고요.

김태균은 한 방송사 해설위원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다. 누나는 전국 방송을 통해 김태균의 축하 메시지를 들었다.

김태균은 2006년 WBC에서 병역 면제를 받았지만 앞으로도 뽑아만 준다면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고 했다. 그게 국가에 대한 보답이라고 했다.

한국 야구가 정말 강해졌어요. 괜찮은 후배들도 많아 아마 2013년 대회에서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돔구장이 생길까요? 2006년 당시에도 떠들썩하다가 조용해졌는데.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