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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기지 마그레브 뜬다

Posted March. 21, 200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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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등 천혜의 자연환경과 사하라 사막,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 영화 카사블랑카.

북아프리카 지중해 연안 4개국을 통칭하는 마그레브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이곳이 최근엔 세계의 공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럽의 공장 동유럽이 경제위기로 휘청거리는 동안 싸고 질 좋은 노동력을 가진데다 유럽과 가까워 동유럽의 대체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

일몰의 땅에 제조업의 해가 뜨다=마그레브는 아랍어로 해가 지는 땅이라는 뜻으로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등 북 아프리카 4개국을 가리키는 말.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 일몰의 땅에 자동차 항공 전자 통신 등 첨단산업 공장이 속속 유치되면서 제조업의 해가 뜨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5년 간 이 지역에 대한 제조업 투자규모는 300억 달러에 이른다.

이미 모로코의 대서양연안 카사블랑카에 공장을 세운 프랑스 르노 자동차는 모로코 북서부 해안도시 탕헤르에 직원 6000명 규모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도 모로코에 조립공장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유럽의 항공기 제조업체들도 몰려오고 있다. 유럽합작사 에어버스는 내년 튀니지 북부 므히라에 7600만 달러 규모의 조립공장을 열 계획이다. 미국 보잉사도 카사블랑카에 모로코와 합작 공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항공엔진 제조사인 프랑스 사프란도 마그레브 전체에 6개의 공장을 갖고 있다.

일본 스미모토 전기는 폴란드 불가리아 등 동유럽의 전자전기 생산기지를 모로코 탕헤르와 튀니지 부살렘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한 인프라 구축, 자원개발, 신도시 및 관광지 개발 등에도 서구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왜 마그레브인가=동유럽은 유럽연합(EU) 가입 이후 인건비가 대폭 올라 저가 생산기지로의 매력을 잃은 데다 최근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국가 부도위기까지 몰린 게 계기가 됐다. 이곳은 금융시장 개방 정도가 낮아 최근 금융위기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았다. 실제로 경제위기 이후 투자가 급감한 동유럽과 달리 지난해 마그레브 지역 투자는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임금이 저렴하면서도 노동력의 질이 우수하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르노 자동차 루마니아 공장의 직원 평균 임금은 671달러에 달하지만 마그레브 지역에서는 195325달러 밖에 들지 않는다.

특히 튀니지는 공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로 아프리카 최고의 인적자원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튀니지의 수학 및 과학교육 수준이 세계 7위라고 평가했다.

지리적으로 아프리카에 속하지만 유럽에 가까워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지브롤터 해협을 넘어 13km만 가면 바로 스페인에 닿는다. 동유럽에 비해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고 아랍권에 속해 테러가 잦다는 것이 약점으로 꼽히고 있지만 전망은 밝다.

제임스 모로 시티그룹 북아프리카 법인장은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새로 건설하려는 기업들에게 마그레브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