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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 지뢰-폭발물 그래도 뚫어야 한다

Posted February. 19, 20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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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는 달리고 싶다.

경원선(서울원산) 최북단인 경기 연천군 신탄리역에 있는 철도 중단점의 푯말.

남북한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신탄리역의 이 푯말 주변에선 통일의 꿈을 실은 경원선 복원공사가 한창이다.

17일 이곳을 찾았을 때 우선 지뢰 위험을 알리는 안내판을 걸어놓고 주변보다 10m를 높이는 노반공사가 한창이었다. 복원공사 구간의 핵심인 터널에서는 양팔을 벌린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암반층을 깨뜨리자 뿌연 먼지가 일었다.

경원선은 1914년 서울 용산에서 함남 원산까지 개통됐으나 1953년 휴전 직후부터 남한 신탄리역에서 중단돼 이후 북쪽 구간은 옛 선로의 흔적조차 찾기 힘든 상황이다.

남북을 잇던 경원선이 끊긴 지 55년 만인 지난해 9월부터 북쪽을 향한 선로 복원공사가 시작됐다. 공사 구간은 신탄리역에서 강원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까지 5.6km 구간. 대마리에서 민간인통제선까지는 1km도 채 되지 않고 군사분계선까지도 직선으로 5km 남짓한 거리다.

비교적 짧은 구간이지만 터널 3곳과 교량 18개가 포함돼 있어 평지보다 훨씬 어려운 공사다. 현재 공정은 13%.

율이제1터널(455m)은 현재 200m가 굴착돼 터널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이곳을 지나면 경원선 구간에서 유일하게 예전 모습의 부서진 교량이 보였다.

공사 현장 인근에 역삼각형 모양의 지뢰 경고판이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공사 도중 대전차 지뢰 4발과 대인지뢰 3발, 고폭탄 1발이 발견됐다.

시공사인 요진건설산업 김영준 현장소장은 치열했던 남북 대치를 보여 주듯 공사 도중 폭발물이 종종 발견돼 늘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곳에 주둔 중인 육군 핵심 전력부대의 작전 때문에 최단 직선 노선을 택하지 못하고 우회하거나 노반의 높이를 조정하는 어려움도 있다.

복원공사 구간을 조금 지나 민간인통제선 너머로 들어가니 경원선과 이어지는 금강산선 노선의 일부가 눈에 들어왔다. 625전쟁 전까지는 금강산에 가려면 경원선 철원역에서 금강산선으로 갈아타야 했다.

현재 육로 관광로가 개설돼 있지만 끊어졌던 금강산선이 되살아나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물론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현장 관계자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금강산선 주변 지역은 남북 모두 군사적 요충지여서 양측을 지나는 철도를 복원하는 것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장 복원 구간은 워낙 인구가 적은 데다 물동량도 많지 않은 지역이기 때문에 내년 말 공사가 끝나도 실제로 열차가 운행할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철도를 연장하는 것은 경제성보다는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희망의 상징이다.

공사가 완공될 경우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푯말은 북쪽으로 옮겨진다. 그만큼 통일의 꿈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다.

김 소장의 희망은 하나다.

남북이 뜻을 모아 경원선 복원이 본격화돼 하루빨리 북한 노선과 이어지고, 이후에는 경원선이 시베리아 대륙횡단철도와 연결돼 대륙으로 뻗어 나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이동영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