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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풀라는데 돈이 없어 지자체 예금깨고 빚내 충당

돈 풀라는데 돈이 없어 지자체 예금깨고 빚내 충당

Posted February. 12, 200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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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들은 경기 위축으로 세입이 감소한 데다 국고보조금과 교부세도 빨리 지원받지 못해 쓸 돈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또 각종 규제로 발목이 잡혀 조기집행이 쉽지 않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지자체마다 자금 부족

인천시는 다른 시도보다 2개월여 앞서 조기집행에 나서면서 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다.

올 상반기까지 조기집행할 예산은 약 8조1000억 원. 9일까지 1조7374억 원이 이미 지출됐다.

이달부터는 공사 발주가 대대적으로 실시되면서 자금난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위축에 따라 취득세와 등록세 등 세입이 예년에 비해 50% 이상 줄어들었고, 국고지원금도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전시의 경우 올해 책정된 예산 2조4353억 원 가운데 60%인 1조4611억 원이 조기집행 대상이다. 공사와 자치구까지 포함하면 2조7000억 원대다. 이 가운데 5700억 원을 지방교부세 등 중앙정부 재원에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달 말까지 시에 내려온 돈은 이 중 13%에 불과하다.

강원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예년 이맘때 같으면 가용자금이 4000억 원 정도였지만 이달 초 현재 10억 원 이하까지 떨어졌다. 강원도는 5일자로 금고은행을 통해 500억 원을 긴급 차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마저도 떨어지면 다시 돈을 빌려야 할 형편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예산의 75%가 국고보조금과 교부세고 나머지가 자체 수입이라며 조기집행을 빨리 하려면 보조금과 교부세를 앞당겨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발목 잡는 규제

경기 의정부시는 반환된 미군 공여지에 광역행정타운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올해 912억 원의 예산을 세웠다. 그러나 국방부가 공여지의 토양오염을 치유한 뒤에야 의정부시에 땅을 넘기게 돼 있다. 현재로서는 토양오염 치유가 언제 될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 조기집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청은 총사업비 14억 원 규모의 강서구 녹산동 연안정비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곳이 철새 도래지라는 이유로 2월까지는 착공을 할 수 없다.

실제로 이곳에는 철새가 서식하지 않기 때문에 조기 공사가 가능하다는 것이 강서구청의 얘기다. 불필요한 허가 조건 때문에 조기집행의 발이 묶인 셈이다.

농촌지역이 많은 지방의 경우 농업 관련 지원금이 큰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문제가 됐던 쌀소득직불금이다. 그러나 직불금의 지급은 연말에나 가능하기 때문에 농촌지역 실물경제에 도움을 못 주고 있다.

경북도는 법을 고쳐서라도 상반기 중 지급해야 한다고 건의했지만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다.

지원 늘리고 기준 완화해야

정부는 매일 조기집행률을 점검하면서 지자체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곳곳에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미 지자체에서는 조기집행 목표가 너무 높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조기집행 과정에서 발생할지도 모를 과실 때문에 몸을 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아예 조기집행을 위한 특별 훈령 제정을 추진 중이다. 공무원들의 법적 책임을 일정 부분 덜어주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별도의 조례로 만들 경우 의회를 거치는 과정에서 50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훈령으로 대체해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에 대한 지원 강화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북도의 경우 올해 이자수익이 50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153억 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경남도도 연간 이자수익이 300억 원이지만 올해는 정기예금의 해약이나 예금 기간의 단축 등으로 10%인 30억 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정부가 상반기에 60%를 집행하도록 재촉하지만 지난 3년 평균 집행비율을 보면 53%에 달해 큰 차이가 없다며 조기집행이라는 부담 때문에 시군과 실과에서 봇물처럼 예산 배정을 요구해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예산 조기집행이 지연되면서 일자리 창출 등 서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