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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론스타와 변양호

Posted January. 17, 20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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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변양호 씨의 악연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변 씨는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의 금융정책국장으로 금융기관의 생살여탈권()을 쥐다시피 했다. 행정고시 동기 중 선두주자였던 그는 이 자리를 2년 10개월간 지켰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도 국제금융과장을 지내 실무 면에서 그를 따라갈 사람이 없었다.

금융계 안팎에서 자연스럽게 장래의 장관감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시만 해도 그 자리가 승승장구하던 관료를 옭아맬 저승사자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2005년 금융정보분석원장(1급)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이듬해 6월 대검 중앙수사부에 긴급 체포되면서 가시밭길 운명이 시작됐다. 변 씨는 금융정책국장 시절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헐값 매각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은 국제 금융계의 이목을 끌었다. 검찰과 법원은 구속영장 청구와 기각을 연거푸 주고받는 핑퐁 게임을 벌였다. 두 기관의 자존심을 건 대결은 대법원장과 검찰총장의 입씨름으로까지 번졌다.

변 씨는 두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외환은행 헐값매각(배임) 혐의와 현대자동차 계열사 채무탕감 대가로 2억원을 받은 혐의다. 전혀 별개의 사안이지만 검찰은 론스타 사건 수사를 위한 전주곡으로 변 씨를 현대차 뇌물로 먼저 걸었다. 이른바 별건()수사다. 이번에 대법원이 현대차 사건에서 징역 5년 및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한 서울고법 판결을 깨고 돌려보낸 것은 곁가지에 불과하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에선 작년 11월 1심에서 일단 무죄판결을 받은 상태다.

대법원은 현대차 사건에서 뇌물을 전했다는 로비스트의 진술을 합리적 의심 없이 충분히 믿을만한 증거가 없다며 서울고법 판결을 배척했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으면 대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뇌물 혐의는 론스타 사건의 본질인 헐값매각과는 무관하다. 변 씨는 내가 본 대검 중수부란 미완성 원고에서 대검 중수부가 결코 진실만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했다고 썼다. 대법원에서 판정패를 당한 대검 중수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