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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클랜드서 백인 경관이 흑인청년 사살

미오클랜드서 백인 경관이 흑인청년 사살

Posted January. 10, 2009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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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취임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 시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 청년을 사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인종 폭동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총격=1일 새벽 샌프란시스코 인접 도시인 오클랜드 시 통근열차(BART)에서 젊은이들이 싸움을 벌인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경찰은 싸움을 벌인 젊은이들을 열차에서 내리게 한 뒤 플랫폼에 주저앉혔다.

경찰관 서너 명이 앉아 있던 청년들 가운데 한 명인 22세 흑인 오스카 그랜트 씨를 엎드리게 했다. 이어 엎드린 그랜트 씨를 한 경찰이 무릎으로 누른 사이 다른 백인 경찰이 총을 꺼내 그랜트 씨의 등에 겨누는 듯하더니 총성이 울렸다. 그랜트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숨졌다.

이 장면은 새해맞이 축하행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열차 안 승객들의 휴대전화로 고스란히 촬영돼 인터넷에 올랐다. 곧 수십만 명이 이를 봤고 지역 흑인 사회에서 이건 흑인에 대한 처형이라는 분노가 터졌다. 당시 경찰관들이 인종적 편견을 담은 발언을 했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폭력 시위=AP통신과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7, 8일 오클랜드에선 흑인 수백 명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자는 상점 유리창을 부수고 주차돼 있던 차에 불을 질렀다. 경찰이 출동해 100여 명을 체포했다. 8일에도 시위가 벌어졌으나 그 규모는 작았고 경찰은 도심 일부 거리를 봉쇄했다. 상당수 회사는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켰다.

사건 파장에 촉각=이번 사건이 1992년 백인 경찰관의 흑인 구타 동영상에서 촉발된 로스앤젤레스 폭동처럼 심각한 상황으로 비화될지는 당국의 사건 처리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총을 쏜 경관 요하네스 메흐설(27) 씨는 유급 휴가에 들어갔다가 7일 사직했으나 아직 처벌을 받지 않은 상태다.

그가 고의로 그랜트 씨를 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일부에선 그가 총을 전기충격기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엎드려 있는 청년의 등에 총을 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랜트 씨 유족은 총을 쏜 경찰의 형사처벌을 요구하면서 BART 당국을 상대로 2500만 달러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