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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금 사용처 공개 모르쇠

Posted January. 03, 200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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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동결 조치로 발전기금 의존도가 높아진 대학들이 기금 모집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정작 모금활동의 기본이 되는 사용명세 공개에는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국공립대와 사립대 60여 곳의 발전기금 모금과 사용명세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사용명세를 공개한 대학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용명세 공개 무관심=발전기금 재단을 별도로 운영 중인 서울대는 다양한 기부금 모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기부 유도를 위해 웹사이트에는 테마별 모금 사업 단과대학별 모금 사업 기부 금액별 권장 모금사업 출연 주체별 권장 모금사업 등이 다양하게 안내돼 있다.

또 돈이 필요한 주요 사업을 소개하면서 학교가 목표로 하는 모금액을 표시해 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금한 기금의 사용명세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서울대 발전기금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용명세는 공개된 적이 없고, 다만 전체 세입과 세출 정도만 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기금의 주요 사용명세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특정 장학금의 수혜자 명단 정도가 올라와 있다.

성균관대 발전기금 사이트에는 기부금 사용명세난이 있지만 사실상 기부금이 필요한 사업을 소개하는 곳이다. 기금 집행 시기와 금액에 대한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국공립대학 발전기금 부당 집행 사례를 조사한 박세기 국민권익위 제도개선기획과장은 국공립대, 사립대 가릴 것 없이 거의 대부분 대학이 발전기금 사용명세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기금집행 공개 규정 없어=대학발전기금은 국립대의 경우 2007년 현재 5323억 원으로 일반회계의 26.7%, 기성회계의 34%에 해당할 정도로 대학 재정의 주요 축이다.

부산대는 이 대학에 305억 원 기부를 약정한 송금조 태양회장과 기부금 사용처를 둘러싸고 송사() 중이다. 자신의 뜻과 다른 곳에 기부금이 사용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송 회장이 기부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

초중고교 학교발전기금과 사회단체들이 모집한 기부금은 각각 학교발전기금의 조성운용 및 회계 관리에 관한 규칙과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그 사용명세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비슷한 성격의 대학발전기금에는 아직 집행 내용 공개에 대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각종 기금 감사를 해 온 감사원 관계자는 기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용명세 공개라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며 사용명세가 공개되면 기금 모집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석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