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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더 해봐야 돌파구 안보여 극한대결 막다른 선택

협상 더 해봐야 돌파구 안보여 극한대결 막다른 선택

Posted December. 19, 2008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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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18일 여당의 단독상정-야당의 회의장 난입시도라는 극한상황이 발생한 것은 여야 지도부가 모두 막다른 골목에 서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한나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를 연말 임시국회에서 풀어야 할 각종 법안처리의 풍향계로 간주하고 있다. 경제살리기에 필요하고, 국민적 지지도도 상대적으로 높은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야당의 반대 때문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다른 법안처리도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최근 49 총선의 민의는 한나라당에 압도적 다수(172석)를 몰아주면서 할 일은 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소수인 민주당(83석)의 발목잡기에 끌려 다닌다면 의무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강행 의지를 다져왔다.

그는 당내에서도 너무 야당에 끌려다닌다는 비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려 있다. 또한 FTA 문제는 시간을 두고 협상을 계속하더라도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이른 것도 그가 단독상정을 하게 된 한 요인이다.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은 상정 직후 민주당은 어차피 FTA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과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 및 보좌관이 공사장 해머로 회의실 문을 내리치는 장면이 TV로 방영된 것이 폭력사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게 될 것이란 기대도 한나라당은 갖고 있다.

17대 국회 때인 올 2월 민주당 소속의 김원웅 당시 외통위원장이 당내 강경파의 반대를 무릅쓰고 FTA 비준안 상정을 강행한 일이 있다는 점도 한나라당의 단독상정 결정을 앞당겼다.

한편 민주당이 회의장 난입과 상임위 활동 전면 보이콧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지도부의 판단 때문이다.

예산안 처리 이후 당내 강경파는 당 지도부를 겨냥해 너무 물렁하게 대처했다고 집중 성토를 해왔다. 당 일각에서 지도부 교체론까지 거론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지도부의 선택지가 달리 없었다는 것.

더구나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은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의 조기 처리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부드러운 협상태도를 견지했던 원혜영 원내대표는 이날 상황을 두고 싸우는 모습이 아름다웠다는 강성 평가를 내렸다.

한나라당이 출자총액제한제 폐지 등 각종 규제완화 법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줄줄이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점도 민주당을 막다른 길로 내몰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한나라당 독주의 첫 무대가 될 한미 FTA 문제만큼은 밀리지 말아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승련 박정훈 srkim@donga.com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