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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에 필름뚝 두잔엔 심장뚝

Posted December. 17, 20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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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게 가짜 양주를 팔아 취하게 한 뒤 이들을 방치해 숨지게 한 술집 주인과 조직폭력배가 최근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8월과 12월, 경기 수원시의 모텔에서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된 A(25) 씨와 B(34) 씨는 가짜 양주를 마신 뒤 급성알코올중독으로 목숨을 잃었다.

호객꾼인 삐끼에게 속아 가짜 양주를 마시고 바가지를 쓴 사람들은 적지 않지만 이로 인해 목숨까지 잃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수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지만 숨진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경찰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 B 씨가 숨지게 된 주요 원인은 가짜 양주. 특히 이미 취한 상태에서 가짜 양주를 마시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3000원짜리가 25만 원에

경찰에 따르면 가짜 양주는 도매가 3000원이 넘지 않는 값싼 국산 양주에 이온음료와 자양강장제를 섞어 만든다.

이번에 술집 주인 등을 검거한 서울 서대문경찰서 지역형사3팀 이대우 팀장은 이렇게 원가가 3000원도 안 되는 가짜 양주를 이들은 25만 원에 판매해 100배에 가까운 폭리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가짜 양주를 파는 일당은 한 가게에서 3개월 이상 장사하지 않는다. 이 팀장은 통상 6개 정도의 업소가 연계해 2, 3개월 단위로 종업원들이 다른 가게로 이동한다며 그래야 나중에 항의하는 손님들과 경찰의 단속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짜 양주 왜 빨리 취할까

가짜 양주의 피해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한 잔만 먹었는데도 금방 정신을 잃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발포성 탄산이 섞인 술의 경우 도수와 상관없이 흡수 속도가 아주 빠르다며 그래서 술을 잘 마신다고 평소 자랑하던 사람들도 취한 상태에서 가짜 양주를 마시면 바로 정신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숨진 두 사람이 종업원들의 권유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계속해서 가짜 양주를 마셔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숨진 두 사람의 혈중알코올농도는 각각 0.37%, 0.42%. 부검을 담당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검안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7%는 체온 강하, 호흡 곤란의 증세가 나타나 결국 혼수상태에 빠진다며 심장의 질병 유무와 상관없이 1시간 내에 의식을 잃고 심장 이상으로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삐끼는 무조건 피해야

이 팀장은 가짜 양주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삐끼가 유혹하는 곳은 무조건 피하는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짜 양주 판매업소의 삐끼들은 1차를 마치고 술에 취한 사람만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야 종업원이 의심을 사지 않고 가짜 양주가 담긴 병을 개봉할 수 있기 때문.

경찰은 송년회 등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가짜 양주로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부쩍 늘었다며 지나친 호객 행위를 하는 업소는 한 번쯤 의심해 보고 양주는 직접 개봉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