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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협 대수술 않고 개혁정부라 할 수 없다

[사설] 농협 대수술 않고 개혁정부라 할 수 없다

Posted December. 06, 20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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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격한 어조로 농협의 반()농민적 운영 실태를 질타하자 농협은 어제 부랴부랴 비상경영위원회를 소집해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비효율과 비리 등 농협의 해묵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복마전()으로까지 불리는 농협의 적폐는 그만큼 뿌리가 깊고, 구조적이다.

민주화 바람으로 1988년 단위조합장과 중앙회장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3명의 민선 중앙회장(한호선, 원철희, 정대근)이 취임했지만 모두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것만 봐도 농협의 문제는 중앙회장 개인의 문제이자 제도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황제 같은 중앙회장의 비대한 권한에서부터 경제사업(농산물 유통 등)과 신용(금융)사업을 동시에 벌이는 거대 조직에 이르기까지 수술이 필요한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농협은 전국에 1200여 개 단위조합을 거느리고 있고, 조합원들의 돈으로 조성된 자금(상호금융예수금)이 2006년 12월부로 140조 원을 넘어섰다. 중앙회는 남해화학에서 NH여행에 이르기까지 25개 계열사에 78개의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임직원만 해도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진정 농민과 농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들이 많다.

명색이 농민들의 협동조합이지만 사업체는 중앙회 임직원들의 평생직장으로, 감독기관인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들의 퇴직 후 일자리로 변한 지 오래다. 내년만 해도 모두 10조2000억 원(정부보조금 1조6000억 원 포함)의 정책자금이 농협을 통해 뿌려지지만 이 중 얼마가 농촌 살리기에 제대로 쓰일지 알 수 없다. 지역 단위조합장과 지방의원 간의 정치적 유착구조로 인해 정작 농민들은 담보가 있어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착공생 피라미드의 꼭대기에는 정치권이 버티고 있다. 중앙회장은 인사권 외에도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무이자 저리자금 지원을 무기로 회원 조합을 통제하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미친다. 워낙 난마()처럼 얽힌 구조라 수술 칼을 농협이나 농식품부, 국회에 맡길 수도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처럼 구체적인 대형 개혁과제를 두려움 없이 해낼 수 있어야 개혁정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