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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대통령, 해외순방에서 돌아와 무얼 할 것인가

[사설] 이대통령, 해외순방에서 돌아와 무얼 할 것인가

Posted November. 22, 20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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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22, 23일 이틀간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제 16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끝으로 12일간의 해외 순방을 마치고 26일 귀국한다. 전례 없이 긴 여정이었고,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의 지혜를 찾기 위해 G20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순방의 의미도 남달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김포공항에 내리는 순간 대한민국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대통령은 앞으로 무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대통령은 어제 페루에서 가진 수행 경제사절단과의 만찬에서 위기 극복 순서로 봐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통해 경제위기 극복의 자신감을 얻었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자신감으로 해결될 수 있을 만큼 녹록하지 않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본격 번지면서 전 세계는 지금 디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어제는 세계 최대 금융사인 씨티그룹이 사업부문 일부 또는 전체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날아들었다.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외화 및 원화 유동성 사정은 지난달 말에 비해 개선됐지만 풀린 돈이 돌지 못하는 양상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환율은 10년여 만에 최고치인 달러 당 1500원 선에 육박했다. 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구제금융 및 구조조정 작업은 정부당국과 은행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거의 진척이 없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정부마저 2% 중후반대로 낮춰 잡았다. 새 일자리 창출은커녕 해고열풍 위기감이 기업에 번져 있다. 해외에선 한국경제의 위험도를 국내보다 더 크게 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처는 답답하기만 하다.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는데도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제대로 추진이 안 되고 있다. 돈을 대거 풀고도 금리를 떨어뜨리지 못하는 등 시장과 유리된 처방들만 난무한다. 정부 여당은 수도권 규제 완화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문제 하나 깨끗이 매듭짓지 못한 채 마냥 시간만 끄는 등 의사결정 능력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위기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다. 위기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해도 안 되지만 실체적 위기를 간과하거나 외면해서도 안 된다. 해외에서 의전()의 틀로 바라본 것이 실체의 전부일 수는 없다. 그 너머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의 심연까지 꿰뚫어 봐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과 시장이 신뢰할 국정 최고 책임자의 통찰력과 리더십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