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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단일민족을 넘어 다문화사회를 생각하는 개천절

[사설] 단일민족을 넘어 다문화사회를 생각하는 개천절

Posted October. 04, 20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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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단기 4341년 개천절이었다.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 왕검이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세운 날로, 단일민족의 자긍심과 역사적 성취를 기리는 날이다. 하지만 지금은 국내의 외국계 주민이 100만 명을 넘었고, 재외국민은 700만 명을 헤아리는 글로벌 다문화시대다. 개천절의 의미도 단일민족의식을 뛰어넘어 보다 폭넓게 진화해야 한다. 민족적 배타성을 깨고 다른 인종문화가치를 껴안으며 조화와 공존의 힘을 발휘하는 국민상()이 요망된다.

외국계 결혼 이민자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음은 누구나 목격하고 실감하는 사실이다. 우리사회가 이처럼 빠르게 국제화 다원화하고 있지만 국민의식은 농경시대의 순혈주의에 머물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방송(EBS)이 지난 6월 국제결혼 이주자 852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8.7%가 한국사회 정착에 가장 큰 장애요소로 심각한 사회적 편견을 꼽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14만 명이 넘는 결혼 이주자들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언어 문화적 이질감 못지않게 2세들의 사회적응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이들 2세는 언어 습득 및 학습 여건 미비, 정체성 혼란, 언제 왕따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버려져 있다. 최소한의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도 마찬가지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높아져도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고는 진정한 문명국, 반듯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그나마 사회 일각에서 결혼 이주자 정착이나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보호를 돕는 활동이 벌어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국디지털대학교가 온라인대학이란 특수성을 활용해 결혼이주자에게 인터넷으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다문화가정 e-배움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그런 예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어제 개천절 경축사에서 결혼 이민자 및 다문화가족의 정착지원과 복지서비스 확충, 교육사업 추진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말뿐이 아니라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과 국가사회적 행동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개천절은 다문화시대, 우리의 마음을 더 열기로 다짐하는 날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