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해외에 도박판 차려 인터넷 생중계 누가 이기나 베팅 1000억 쓸어담

해외에 도박판 차려 인터넷 생중계 누가 이기나 베팅 1000억 쓸어담

Posted September. 29, 2008 09:12   

中文

필리핀 마닐라에 카지노 업장을 설치하고 이곳의 게임 장면을 생중계하는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해 1000억 원의 불법수익을 올린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주선)는 해외 카지노의 게임 장면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해 국내 누리꾼들이 불법도박을 할 수 있도록 한 혐의(도박 개장)로 이모(35) 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07년 2월 필리핀 마닐라의 한 사무실을 빌려 카지노테이블 3대와 방송장비를 갖추고 현지인 딜러 30여 명을 고용해 도박장을 열었다.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이른바 바카라 게임은 9개 도박사이트를 통해 국내에 생중계됐다.

이들은 도박 참가자에게 현금을 사이버 머니로 바꿔준 뒤 인터넷 중계를 보고 딜러 또는 게임 참가자에게 돈을 걸도록 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했다. 경기 결과를 맞힌 참가자에게는 딜러와 게임 참가자 중 어느 쪽에 걸었는가에 따라 베팅 금액의 95%에서 800%에 이르는 돈이 수수료를 제외하고 지급됐다. 1차례 게임에 1억2000만 원까지 베팅이 가능해 일부 참가자는 하루에 1억 원 이상을 이들 사이트 운영자에게 도박자금으로 송금하기도 했다.

이 씨 등이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달까지 1년 7개월 동안 벌어들인 돈은 무려 1000억 원. 이 돈은 필리핀에 게임장을 세운 주범 이 씨가 50%, 생중계를 맡은 9개 사이트 운영자가 15%, 스팸메일을 통해 도박 참가자를 끌어모은 이른바 영업 파트너가 35%를 챙겼다.

검찰은 이들이 올린 수익 규모로 미루어 이 도박장의 전체 판돈 규모가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이 단기간에 큰돈을 벌어들인 데에는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미국 CNN 뉴스가 일조했다. 이들은 도박 참가자에게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는 게임 장면이 생중계임을 확신시키기 위해 게임 배경화면 모퉁이에 CNN 뉴스를 틀어놓았다.

이 씨 등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국내외에서 호화생활을 하는 데 썼다. 검찰은 이들로부터 차명계좌에 들어 있던 34억5000만 원의 예금 80평형대 아파트 등 43억5000만 원 상당의 부동산 벤츠 포르셰 등 8억5000만 원 상당의 고급 외제차 6대 등 총 123억2000만 원의 범죄수익을 압수했다. 이들의 국내 아지트에서는 15억7000만 원에 이르는 현금도 발견됐다.

검찰은 이들의 범죄수익 몰수를 위해 해외로 달아난 공범 김모(36) 씨 등 2명에 대해 기소중지 대신 불구속기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은 결석재판을 통해 이들에 대해 형이 확정되면 국내 송환을 추진하고, 불법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재산 추적도 할 계획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일본과 태국 등지에 서버를 두고 포커와 속칭 바둑이 도박장을 운영하면서 딜러비 명목으로 800억 원을 벌어들인 윤모(40) 씨를 구속기소하고 말레이시아로 달아난 박모(48) 씨 등 3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 중 일부가 국내 3대 폭력조직 중 한 곳과 연계된 사실에 주목해 인터넷 도박사업에 폭력조직이 개입했는지 수사 중이다.



전성철 daw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