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중어선 검문 불응하고 폭력 해경 1명 숨져

중어선 검문 불응하고 폭력 해경 1명 숨져

Posted September. 27, 2008 09:13   

中文

한국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 중인 중국어선에 승선하려던 해양경찰관이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격렬하게 저항하는 중국 선원들에 밀리면서 바다에 빠져 숨졌다.

전남 목포해경은 26일 오후 1시 10분쯤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해상에서 전날 실종된 박경조(48) 경사가 숨진 채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불법 중국어선 나포 작전은 평소에도 전쟁을 방불케 한다. 해경은 높은 파도를 헤치며 해상 추격전을 벌이는가 하면 흉기를 들고 대항하는 바다의 무법자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일이 다반사다. 경찰 조사를 토대로 이번 사건을 재구성했다.

저항하는 선원에 밀려 바다로 떨어져=25일 오후 7시 반경 한국 측 EEZ인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서쪽 70km 해상. 목포해양경찰서 소속 3000t급 3003경비함 레이더에 선명이 확인되지 않은 50t급 중국어선 2척이 포착됐다.

함장인 김도수(48) 경정은 망원경으로 선체를 살펴보다 선명을 지운 채 조업을 하고 있는 어선을 나포하기 위해 리브보트(고속단정) 2척을 급파했다.

보트에는 17명의 경찰관이 나눠 승선했다. 이들은 함정에서 300여m 떨어진 곳에서 조업 중인 중국어선에 정지 명령을 내렸다. 1척이 중국 쪽으로 달아나자 대원들은 나머지 1척을 보트로 가로막고 옆에 바짝 붙였다.

박경조 경사 등 3명이 어선에 오르려 하자 중국선원 10여 명이 갑자기 쇠파이프와 삽을 휘두르고 빈 병과 어구를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박 경사 등은 가스총과 3단봉으로 이들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거세게 저항하는 선원들에게 밀려 박 경사는 바다에 빠졌고 이모(28) 순경 등 2명은 보트 위로 떨어졌다.

일부 대원이 박 경사를 찾는 동안 중국어선은 도주했다. 박 경사는 실종 18시간 만인 26일 오후 1시 10분경 실종 지점에서 남쪽으로 6km 떨어진 해상에서 구명동의를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박 경사는 1990년 임용돼 파출소와 함정을 오가며 근무하다 3003경비함에는 올해 3월 부임해 무기를 관리하는 병기장을 맡고 있었다.

해경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신안군 흑산면 홍도 서쪽 200km 해상에서 달아나던 중국어선을 나포해 선원 11명을 목포항으로 압송해 정확한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박 경사에 대한 1차 검안 결과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나 박 경사가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숨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해 27일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어선과 목숨 건 전쟁=3년 전에도 해양경찰관 4명이 한국 측 EEZ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려다 중국 선원들이 휘두른 쇠파이프에 맞아 중상을 입은 적이 있다.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500t급 경비함 501호는 5월 24일 오전 1시 반경 인천 옹진군 백령도 서쪽 43km 해상에서 중국어선 2척이 EEZ를 침범한 사실을 확인해 나포 작전에 나섰다.

경찰관과 전경 12명은 고속단정을 타고 중국어선에 접근해 각 어선에 6명씩 올라 어선 1척을 제압했으나 다른 어선에 타고 있던 중국 선원 18명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단속 해경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팀장인 최모(47) 경사가 쇠파이프에 왼쪽 얼굴을 정통으로 맞아 쓰러졌고 중국 선원들은 최 경사를 바다에 던져 버렸다. 나머지 대원들은 팀장을 구하기 위해 모두 바다로 뛰어들었고 중국어선 2척은 이 틈을 타 도주했다가 나포됐다.

불법 중국어선을 단속하는 해양경찰관들은 목숨을 걸고 피 말리는 나포작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 어선의 싹쓸이식 조업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무허가 선박의 조업이 야간 등 취약 시간에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중국 선원들이 흉기를 휘두르면서 극렬하게 저항하는 것은 무허가 조업으로 해경에 나포될 경우 물어야 하는 수천만 원의 벌금 때문이다.

목포해양경찰서 1509함 소속 경찰관은 가스총, 3단봉, 전자충격기 등 장비를 갖추고 검문검색을 하지만 해상에서 이들을 제압하기란 쉽지 않다며 이들이 생사를 걸고 저항할 때면 온몸이 오싹해지고 생명에 위협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들어 해경이 나포한 불법 중국 어선은 159척이다. 중국어선 불법 조업이 기승을 부린 2005년에는 584척이 나포됐으나 2006년에는 522척, 지난해에는 494척이 나포돼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승호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