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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불황 극복법

Posted September. 17, 200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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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 자동차를 덴소 인사이드라고 부른다. PC에 들어가는 인텔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인텔 인사이드로 표시하는 데 빗댄 것이다. 세계 자동차업계 1위인 도요타의 경쟁력 뒤에는 부품의 30%를 공급하는 덴소사()의 경쟁력이 버티고 있다. 연매출 25조 원대로 세계 3위의 글로벌 부품그룹인 덴소의 성공 비결은 현장의 힘이다.

덴소는 20세 기능직 여직원이 생산라인을 멈추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엔진 조립 라인의 여공이 겉으로 볼 때는 아무 이상이 없지만 조일 때 감각이 다르므로 이 나사는 불량일 것이라고 상급자에게 보고만 하면 된다. 그만큼 서로를 믿기 때문이다. 품질은 매뉴얼이나 설계도면이 아닌 사람(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덴소의 원칙이다. 그 바탕에는 1949년 도요타에서 분사()한 이후 59년간 무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노사 신뢰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최고경영자(CEO)들도 어려울수록 노사가 서로 믿고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삼성경제연구소가 CEO 회원 307명을 대상으로 불황 극복에 도움이 되는 사자성어를 조사했더니 줄탁동시((초+,줄))가 1위(21.6%)로 꼽혔다. 어미닭은 밖에서, 병아리는 안에서 알껍데기를 함께 쪼아야 부화가 된다는 뜻이다. 신뢰는 직원들끼리 정보와 자원을 공유하게 해 생산성을 높인다. 불황기의 노사 화합은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이다.

일본 마쓰다 자동차에서 설계 일을 하는 한국인 직원 장환철 씨는 어제 한 국내신문 독자란에 한일 자동차 회사들 간의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에 있다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7년 전 도요타 자동차 노조의 소식지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 소식지엔 신기술 개발이 노조원의 행복을 지킨다. 임금을 자발적으로 동결하자 상금을 걸고 품질 향상운동 표어를 모집하자와 같은 제안이 가득 차 있었다. 장 씨는 일본 노조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회사가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한국 노조원들은 자본가로부터 최대한 더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기업이 살아야 종업원도 산다는 인식이 불황 극복법의 핵심인 것 같다.

허 문 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