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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첫 출연작 연말 개봉 두나라 닫힌 마음 열고싶어요

한국영화 첫 출연작 연말 개봉 두나라 닫힌 마음 열고싶어요

Posted September. 09, 2008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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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컵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요. 채우고 채워도 늘 뭔가 허전해요.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뭐든 더 많이 보고 듣고 알려는 욕심이 많았어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국내에 알려진 이케와키 지즈루(27)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10대 소녀의 해사한 얼굴에 30대 여인의 서늘한 눈빛을 가졌다.

11일까지 열리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CHIFFS) 초청작 음표와 다시마에 출연한 그를 최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16세 때 광고모델 오디션에서 8000여 명의 경쟁자를 물리친 아이돌 스타로 2004년 국내 개봉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조제에서 앳된 볼살과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연기를 선보였다. 웃어 달라는 사진 기자의 요청에도 안 웃는 얼굴이 자연스럽다고 야무지게 답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조제다.

그는 연기 변신을 주장하는 다른 배우들과 달리 22세 때 연기한 조제의 흔적을 부담스러워하지 않았다.

조제는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 때문에 일찌감치 삶을 달관한 아이였죠. 나에게 행복이 올 리 없다, 온다 해도 영원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그건 체념이 아니라 강한 거예요. 기쁘게 맞이했던 첫사랑을 담백하게 떠나보낼 줄도 아는 조제에게 많이 공감했어요.

그는 음표에서도 자폐증과 유사한 인격 장애인 아스퍼거 장애 환자로 등장한다.

책을 통해 이 병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그는 헌책 더미에 파묻혀 살며 어려운 병명을 줄줄 외우던 조제가 다시 겹쳐 보였다.

아스퍼거 장애는 남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병이에요. 누구나 조금씩은 그런 장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혼자만의 어떤 것에 집중하다 누군가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곤 하죠. 영화 작업에서도 타인과 만나 소통하는 이야기에 늘 관심이 가요.

그는 첫 한국영화 출연작인 오이시맨(연말 개봉 예정김정중 감독)도 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가 서툰 영어로 천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여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음표의 이노우에 하루오 감독은 이케와키는 할머니, 어머니, 게이샤, 고등학생의 얼굴과 마음을 모두 가진 배우라고 말했다.



손택균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