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엑스칼리버(1981년)에서 성배를 받아 마시고 원기를 회복한 아서왕이 눈부시게 빛나는 갑옷을 입은 기사들을 거느리고 들판을 가로질러 말을 달리자 죽었던 꽃들이 화려하게 되살아난다. 이 환상적인 장면에서 박진감 넘치게 흘러나왔던 음악은 바로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사진) 중 첫 번째 곡인 오! 운명의 여신이여!.
팀파니의 강력한 폭발음과 웅장한 혼성 합창이 매력적인 이 곡은 미국의 팝가수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와 CF 등에서 단골로 사용돼 현대음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일반인들에게 가장 익숙하고 인기 있는 작품이다.
오! 운명의 여신이여!로 유명한 독일 현대음악 작곡가 카를 오르프(18951982)의 대표작인 카르미나 부라나가 12년 만에 국내에서 전막 공연된다.
카르미나 부라나는 1803년 독일 바이에른 지방의 베네딕트 보이렌의 수도원에서 발견된 시가집. 1213세기 익명의 수도승이나 음유시인이 남긴 300편의 시가가 담겨 있다. 오르프는 대위법적 화성을 버리고 단순선율을 반복하는 원시음악으로 회귀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곡양식을 확립한다.
1937년 6월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시립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된 카르미나 부라나는 그를 일약 세계적인 작곡가 대열에 올려놓았다. 수도승 복장을 한 합창단이 노래하고 무용수가 춤을 추는 이 작품은 음악과 발레, 연극이 삼위일체를 이루는 총체극.
극중 주요 무대장치인 거대한 수레바퀴는 때로는 인간의 돌고 도는 삶을, 때로는 우리가 사는 지구를, 때로는 인간의 운명을 틀어쥔 여신의 손을 상징한다. 이번 공연에는 국립발레단과 국립합창단, 고양시립합창단, 모스틀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230여 명이 참여한다.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3일 오후 8시, 4일 오후 5시. 1만10만 원. 1577-7766
전승훈 raphy@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