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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실 여성인권대사의 인권여행

Posted December. 05, 2005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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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악()하기보다는 약()하기 때문에 자신의 생존을 위한 폭력이 소수자와 약자를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여성 인권 상황을 돌아본 강금실() 여성인권대사는 이렇게 말했다.

강 대사는 극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여성에 대한 2차적인 폭력을 해결해야 인류 사회의 평화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달 수입 10달러=방글라데시의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00달러에 불과하다.

이곳 여성들의 인권상황은 가난과 재난 폭력이 뒤얽혀 최악이었다. 강 대사는 빈곤과 재난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 인류의 근원적 폭력성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카 시내 빈민촌에는 슬레이트로 허술하게 세운 300여 채의 집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한달 50달러에 달하는 집세를 내지 못해 10평도 되지 않는 좁은 집에 2, 3가구가 함께 살고 있었다. 대부분이 구걸로 하루하루를 연명한다.

한국 비정부기구(NGO)인 굿네이버스는 이곳에서 극빈층 가정의 아이들을 상대로 모자보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강 대사는 방글라데시 방문 셋째 날에 이곳을 찾았다. 아이들은 영양상태가 좋지 못해 복수()가 차 있었다. 강 대사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해외 원조기구에만 기대는 방글라데시의 무책임한 태도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여성 문맹률 70%=방글라데시 여성의 문맹률은 70%를 넘는다. 가난 때문에 부모들이 딸을 14, 15세에 일찍 결혼시켜 제대로 교육받을 기회가 없다. 방글라데시 여성들은 낮은 교육 수준 때문에 봉제공장에서 일해 한 달 150달러가 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며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방글라데시개발협회(KDAB)에서 운영하고 있는 미르푸르 초등학교 엄명희 교장은 여학생들은 집에 가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수업시간이 2시간에 불과하다며 그나마 학교에 가지 않은 채 길거리에서 행상을 하거나 구걸하는 아이가 많다고 전했다.

강 대사는 방글라데시 교육부와 여성부 등 정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여성에 대한 고등교육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한 해 염산 폭력 피해 여성 500여 명에 달해=방글라데시의 염산 폭력 피해 여성은 매년 500명이 넘는다.

이곳에서 만난 모니라(14) 양은 잠을 자던 중 옆집 청년이 자신의 청혼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뿌린 염산에 얼굴뿐만 아니라 가슴과 손에도 심하게 화상을 입었다.

아르피나(15) 양은 어린 나이에 지금 남편의 4번째 부인으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아르피나 양은 남편과 전처들의 학대에 못 이겨 친정으로 도망갔다. 친정에까지 쫓아온 남편이 뿌린 염산에 자신은 물론 옆에서 잠을 자던 아들까지 화상을 입었다.

염산피해여성재단의 니하리카 모마츠 씨는 청혼을 거절하거나 남편에게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1960년대부터 염산 폭력 피해 여성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들어 염산 폭력이 여성뿐만 아니라 아동들에게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 대사는 염산폭력피해여성재단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피해 여성에 대한 의학치료뿐만 아니라 보호 기구가 필요하다며 이와 관련한 지원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정효진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