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짓밟힌 북한 동포의 인권을 외면하지 말라.
사상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상정된 북한인권결의안이 1723일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지만 한국 정부는 기권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권위에 결의안이 상정됐을 때도 정부는 기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사선()을 넘어 귀환한 납북 국군 포로들은 기권은 비겁한 행동이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1994년 귀환한 조창호(74) 씨는 북한 인권 문제는 남들이 가만히 있어도 오히려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민족의 문제인데도 애써 피하려고 하는 정부의 모습이 부끄럽다고 말했다.
조 씨는 북한에서 13년 동안 탄광에서 일했으며 규폐증()에 걸린 뒤에는 자식들이 몰래 일군 화전()으로 연명했다.
그는 13년간 정치범수용소에서 인간 이하의 생활을 했다. 인권 유린은 북한을 둘러싼 여러 문제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며 정부가 표결에 참여해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또 국가인권위원회도 당당히 북한 측에 인권 개선을 요구하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탈북한 이모(77) 씨는 정부가 유엔총회 표결에서 기권하는 것은 북한 동포들에게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고 말했다.
북한에 가족을 남겨 둔 이 씨는 격분한 어조로 한 달에 두세 번씩 안전원들이 손전등을 들고 장독 뚜껑까지 전부 열어 봤다면서 내가 탈북한 게 아니라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그들이 나를 쫓아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북한에 있는 국군 포로의 99%가 채굴작업으로 폐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면서 정부는 국군 포로와 납북자 송환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최근 국가 정체성 논란을 불러일으킨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이 같은 발언은 북한의 실제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
2000년 탈북한 유모(78) 씨는 권력 있는 사람들은 잘 먹고 잘살지만 노동자와 농민은 핍박받는 곳이 북한이라며 북한 사람들이야 한국 사정을 잘 모르니 거기서 교육받은 대로 북한 체제를 찬양할 수 있다지만 한국 지식인이 북한을 두둔하고 나서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53년 7월 국군 포로로 북한에 끌려갔다가 45년 만에 귀환한 장무환(79) 씨도 강 교수가 북한에 들어가서 진짜 북한을 경험하면 절대로 그런 말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은 2일 북한에서 고문과 공개 처형, 불법 구금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에게도 고문, 사형 등의 처벌을 가하고 있다는 결의안을 유엔총회에 제출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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